오늘은 색다른 시를 감상해 보기로 하였다.
몇 년 주기로 닥치는 정치인들의 나라 위한 열망으로 국무를 논의하는 장으로 입성하겠다는
치열한 아우성의 뉴스를 접하면서 지나간 정치인들이 오히려 그리움으로 연상된다.
나라의 기틀을 잡았던 분들이 떠올라 초대 대통령을 지낸 우남(雩南)선생의 시를 골라 보았다.
우남 선생의 시집은 2권으로 남아 있다.
한 권은 <체역집(替役集)>으로, 1898년(광무 2) 정부타도를 획책했다는 황국협회의 무고로
독립협의 간부와 함께 투옥되었을 때의 작품과
1904년 민영환의 주선으로 풀려나 미국으로 건너가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의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또 하나는 <우남시선(雩南詩選)>으로 광복후 귀국한 이후의 작품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해외에서의 작품 한 편과 귀국 후의 작품 한 편을 가려 보았다.
半島忍看島族侵(반도인간도족침) 우리나라 반도에서 섬 족속 침범을 차마 보고 있자니
綠江波怒白山陰(록강파노백산음) 압록강의 파도가 노여워하고 백두산이 음산하구나
百濟新羅隣誼重(백제신라인의중) 백제와 신라는 이웃으로 의리를 중히 여겼는데
壬辰乙未世讐深(임진을미세수심) 임진년의 왜란 을미사변은 이 세대 원수 깊어지다
二千萬衆求生計(이천만중구생계) 2 천만 민중의 삶을 요구하는 계략으로
三十三良決死心(삼십삼양결사심) 삼십삼인의 죽음을 결심한 마음이었지
人和天地皆同力(인화천지개동력) 사람과 하늘땅이 모두 힘을 합쳐서
營可燒除艦可沈(영가소제함가침) 군영을 태워 없애고 군함은 침몰시키자.
위 시 <1>은 <1921년 삼일절 재상해술회>이다.
그 전해 11월 16일 미국 하와이에서 중국의 상선을 타고 밀항하여
상해로 온 다음 해의 31절을 만나 지은 시이다.
밀항하여 배 안에 숨어 짓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板門重鎖洪爐暖 鐵壁四圍漆室玄(판문중쇄홍로난 철벽사위칠실현)
“판자문은 굳게 닫혀 화로불만 따뜻하나 철통같은 벽이 사방으로 둘려 컴컴한 방은 잿빛” 이라 함이 있다. 이련 고생을 겪으며 임시정부가 있는 상해로 와서 맞는 국경일이다.
섬나라 족속이 침범한 조국을 차마 볼 수 없는 것이다. 백두산 압록강이 노여워한다.
세 나라로 갈려 있던 옛날에도 민족의 우의는 깊었는데,
이웃나라라 하면서 임진의 왜란에다 을미사변의 국모 살해라는 망극의 원한까지 겹치게 하다니,
이 원한을 풀기 위해 일어난 3월 1일의 독립 선언이 아니었던가.
비록 그 결실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일본군의 군영을 소탕하고 함정을 침몰시켜야겠다는 결의이다.
三十離鄕七十歸(삼십이향칠십귀) 설흔 살에 고국을 떠나 칠십에 돌아오니
歐西美北夢依依(구서미북몽의의) 구라파 서쪽 미국 북쪽이 꿈에 아득하구나
在家今日還如客(재가금일환여객) 집에 돌아와 있는 오늘 오히려 손님 같으니
到處逢迎舊面稀(도처봉영구면희) 이르는 곳마다 만나는 이 옛 얼굴 드물어.
위 시 <2>는 <귀국후유감>이라 한 시이다.
해외에서 독립을 위해 평생을 몸 바치다 광복된 조국으로 돌아온 노정객의 순수한 인간미를 보인 시이다.
30의 청년으로 조국을 떠나 70의 늙은 몸이 되어 돌아온 감회다.
돌아온 고향 집이 오히려 손님 같다 함이 그대로 노정객의 쓸쓸함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가는 곳마다 환영이야 하지만 아는 구면은 없는 것이다.
귀국의 소감이니 아직 정객으로서 나라 살림을 맡아 하기 이전의 심회이리라 여겨지긴 하지만,
어수선한 나라 사정을 정리하고 한 나라의 통치자로 지낸 노정객의 순수한 인간미를 보이는 대목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