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인자 나는 살인자 스스로의 심판에 이미 처형당한 몸 출근할 때 눈물밖에 가진 게 없어 동냥손도 포기한 사람 앞을 악당처럼 묵묵히 지나쳤다 하여 퇴근할 땐 그 사람은 죽어 있었으니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도 얼마나 죽였는지 모른다 이 골목 저 골목 매일매일 몇 백인지 몇 천인지 셀 수 없다 오 밥이 사람을 잡아먹는 이 땅에 살아서 마주 볼 양심이 어디 있으랴 아침이여 나를 사형해다오 밤이여 나를 묻어다오 ================================= *위의 詩는 북한 노동당에서 선전 문필가로 활동하던 詩人이 한국에 와서 쓴 것이다. 북한사람 300만의 餓死를 애완견의 죽음보다 덜 슬퍼하는 한국인들도 살인자가 아닐까? 굶어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식량을 보낸다고 속이고는 북한군과 노동당의 배부른 이들에게 쌀을 갖다 바친 자들은 살인자가 아닌가? 이런 세력과 맞서 본 적이 없는 한나라당, 이런 세력을 편든 민노당도 살인자들이 아닌가? 300만을 굶겨죽인 원흉에게 오늘도 내일도 위원장이라는 존칭을 붙여주는 기자들은 살인자가 아닌가? 이런 학살자, 이런 악마를 지척에 두고도 총을 잡는 이가 없는 한국의 젊은이들, 그들은 살인자가 아닌가? 北의 詩人의 기준으로는 물론 나도 살인자이다. 굶주림을 글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점에서. - 조갑제 닷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