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태 때 북한군 특수부대 1개 대대가 들어왔다는 탈북자의 주장은 어제 TV조선 보도국의 취재로 간단하게 부정되었다. 이렇게 황당한 주장을 믿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데 놀라지 말고 그 원인을 알아볼 만하다. 기자가 사명을 다하면 이렇게 신속하게 루머를 잠재울 수 있는데, 북한군 개입설이 확산되는 7년간 기자도,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다. 반박되지 않는 거짓은 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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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인민군이 1개 대대나 광주에 들어왔다는 또 다른 근거로 제기되고 있는 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屍身과 행방 불명자들이 알고보면 북한군일 것이다, 이런 주장입니다. 이것 또한 상황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거없는 얘기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강성명 기자입니다.
[리포트]
북한군 장교 출신 임천용 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수십명의 행방불명자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屍身이 북한군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임천용 / 전 북한 특수부대 장교: "망월동에 지금 있는 신원 미상자, 60~70명에 가까운 행불자! 5·18 광주 사건 때 70명 가까운 행불자가 어디로 날아갔어요."
과연 사실일까? 5·18 국립묘지에 있는 '무명열사의 묘'입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5구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당시 檢屍書를 보면 차 위에서 시위를 하다 떨어져 숨졌거나 4살짜리 아이 그리고 40대 남성 등으로 북한군과는 거리가 멉니다.
[인터뷰] 송선태 /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 "특수군 부대라고 하면 차량에서 떨어질 만큼 어리석지 않을 것이고 4세 가량의 남자아이를 특수군 부대로 파견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해 행방불명자가 된 이들에 대한 주장은 더더욱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5·18 당시 실종된 66명의 행방불명자를 추모하는 곳입니다. 비석마다 이렇게 생년월일은 물론, 가족들의 이름까지 정확히 적혀 있습니다. 모두 대한민국 국적으로 가족이 있고 신원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들도 북한군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인터뷰] 정현종 / 국립 5·18 민주묘지 관리소장: "부모의, 신청인의 인적 사항이 있었고, 이렇기 때문에 첫째 행방불명되신 분은 분명히 6하 원칙에 의해서 이 지역에서, 이 시위에 참여했다는 것이 호적상 증명이 되고 있어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5구의 屍身 그리고 시신을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들. 그 어디에서도 북한군 개입을 뒷받침할 근거는 찾을 수 없습니다. TV조선 강성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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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주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하는 쪽에서 근거로 드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북한에 있다는 ‘인민군 영웅들의 열사묘'입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에 투입됐다가 귀환하지 못한 북한 특수 부대원들이 여기에 묻혀 있다는 건데, 이것 역시 황당한 얘기라는 게 대한민국 정보 당국이 내린 결론입니다. 정세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함경북도 청진시 낙양동에 있는 북한군 假墓(가묘)입니다. 가묘들 가운데 있는 비석 앞면에는 '인민군영웅들의 렬사묘'라고 적혀 있고, 뒷면엔 '당과 인민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름들이 빼곡이 적혀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측은 이 묘비를 증거로 제기합니다. 이름이 새겨진 158명이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에 투입됐다가 복귀하지 못한 북한군 특수부대원이라는 겁니다.
"광주민주화운동 배후조종에 성공한 공로로 북한 對南부서 소속 인원들은 훈장도 받았다"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나 김덕홍 전 려광무역연합총회사 사장 등 최고위급 귀순자들의 증언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우리 정보당국의 판단입니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북한 정보원을 통해 현장조사를 했지만 묘비 속 이름들과 광주민주화운동을 연결 지을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특수부대원의 이름을 나열하고 특수임무를 공개하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한 중견 언론인도 같은 내용을 국정원 고위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조종했다고 주장해 체제우위를 선전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려 했을지는 모르지만, 인민군 열사묘는 광주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TV조선 정세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