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문헌 국회의원
(강원 속초, 고성, 양양)
나는 그 동안 설마 하고 가졌던 우려(憂慮)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금 대선에서 불행을 가져올 것이 자명한 ‘강요안’을 선택하라고 ‘당’의 이름을 앞세워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당의 두 유력 후보는 못 이기는 척 그 ‘강요안’으로 담합하여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마저 망치려고 한다. 이 ‘강요안’은 당의 비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서 배태된 명분도 실익도 없는 제안이다.
우리가 왜 국민승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선시기와 경선규칙에 대한 논의하였는가? 나는 당과 후보들이 ㉠유력 양대 후보에 대한 대세론과 인기에 영합하여 안주하지 말고, ㉡진정으로 대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그에 합당한 경선시기 및 방법의 조정을 통해 선출하고, ㉢동시에 차별성 있는 정책 개발 및 논쟁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룩하여, ㉣국가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라는 시대적, 역사적 소명에 부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절망’ 그 자체일 뿐이다. 나는 국민승리위원회 구성 초기부터 일관되게 경선시기의 조정을 통한 연기, 경선규칙에 시대정신을 반드시 반영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국민 참여 비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하고, 경선 참여 인원을 대폭 확대하고, 경선 시기는 9월 이후로 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승리위원회는 이러한 합리적인 나의 제안을 다수의 목소리로 침묵시키고 억압했다. 한마디로, 비민주적 의사결정의 압축판이었다. 두 유력 후보의 대리인과 참여인들이 국민승리위원회를 좌지우지하였고, 결국 현재와 같은 형국과 결과를 낳았다.
우리는 과거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야기한 부작용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런데 지금 또 다시 그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하고 있다. 우리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시대와 역사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편에 설 것인지.
역사의 준엄함과 시대의 엄중함을 냉철하게 성찰하고 두려워하는 자만이 역사와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