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결사문(定慧結社文) 22
남 제도할 서원 세웠으면
먼저 선정과 지혜 닦아야 한다
先德曰 菩薩本爲度他 是以先修定慧
선덕왈 보살본위도타 시이선수정혜
空閒靜處 禪觀易成 少欲頭陀
공한정처 선관이성 소욕두타
能入聖道 此其證也 旣發度
능입성도 차기증야
他之願 先修定慧 有道力則雲布慈門
타지원 선수정혜 유도력즉운포자문
波騰行海 窮未來際 救拔一切苦惱衆生
파등행해 궁미래제 구발일체고뇌중생
供養三寶 紹佛家業
공양삼보 소불가업
豈同趣寂之徒也
기동취적지도야
問今時行者 雖專定慧 多分道力未充
문금시행자 수전정혜 다분도력미충
若也不求淨土 留此穢方 逢諸苦難
약야불구정토 유차예방 봉제고난
恐成退失
공성퇴실
옛스님의 말에 ‘보살은 본래 남을 제도하기 위해 먼저 선정과 지혜를 닦는다. 그래서 한가하고 조용한 곳이라야 선관(禪觀)을 이루기 쉽고, 욕심이 적은 고행이라야 성인의 도에 들어갈 수 있다’하였으니 이것이 그 증거이다. 이미 남을 제도할 서원을 세웠으면 먼저 선정과 지혜를 닦아야 한다. 그리하여 도력이 있으면 자비의 문을 구름 펼치듯 하고, 행(行)의 바다에 물결 출렁이듯 하여 미래세가 다하도록 모든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해서 삼보에 공양하며 부처님의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니, 이 어찌 고요한 데에만 들어가는 무리들과 같다 하겠는가.”물었다. “요즈음 수행하는 사람은 선정과 지혜에 전념하고 있으나 대개는 도력이 충분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만약 정토(淨土)를 얻지 못하고 이 사바세계에 머문다면 온갖 고난을 만나 타락할까 두렵다.”
答此亦各在當人 不可一例取之
답차역각재당인 불가일례취지
若是大心衆生 依此最上乘法門
약시대심중생 의차최상승법문
決定信解四大 如泡幻 六塵似空花
결정신해사대 여환포 육진사공화
自心是佛心 自性是法性 從本以來
자심시불심 자성시법성 종본이래
煩惱性自離 惺惺直然惺惺
번뇌성자리 성성직연성성
歷歷直然歷歷 依此解而修者
역력지경역력 의차해이수자
雖有無始習氣 以無依住智治之
수유무시습기 이무의주지치지
還是本智 不伏不斷
환시본지 불복부단
답하다. “그것도 각자에게 달렸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만약 큰마음을 가진 사람이 최상승의 법에 의해 이 육신은 물거품이나 허수아비와 같고, 육진(六塵)은 허공의 꽃과 같으며, 자기 마음이 불심이요, 자기 성품이 곧 법성이라서 원래부터 번뇌는 떠났다. 그러므로 깨어있으려면 바로 깨어있고 분명할 때는 그대로 분명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믿고 알아서 여기에 의해 수행하는 사람은 비록 오래된 습기(習氣)가 있더라도 집착이 없는 지혜로 다스리면 그것이 곧 본래의 지혜이므로 억제하거나 끊을 것이 없다.
雖有方便三昧 離昏散之功
수유방편삼매 이혼산지공
以知緣慮分別 是眞性中緣起故
이지연려분별 시진성중연기고
任性淨而無取攝之相
임성정이무취섭지상
雖涉外緣違順之境 爲了唯心
수섭외연위순지경 위요유심
無自他能所故 愛憎嗔喜 任運不生
무자타능소고 애증진희 임운불생
비록 방편의 삼매로써 혼침과 산란함을 버린 공도 있겠지만 모든 생각과 분별이 바로 참된 성품 안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성품의 깨끗함 그대로에 맡겨 취하거나 거두어들이는 일이 없고, 바깥 인연의 역경이나 순경을 당하더라도 오직 마음인줄을 알아서 자타와 주관 객관이 없다. 그러므로 사랑이나 미움, 분노와 기쁨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김원각<시인·역경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