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5.18부상자회장 신경진과 5.18형제자매가족회 회장 정수만 등이 필자와 5.18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인터넷에 피력한 38명을 대상으로 소나기식 고소-고발을 했다. 필자에 대해서는 어이없게도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박윤희 검사가 기소를 했고, 2009년 10월 8일 안양지원 405호실에서 첫 심리가 열렸다. 다음 재판은 11월12일, 오후 4시로 잡혀 있다. 이날은 고소자 대표인 신경진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어 있고, 5.18측에서도 많은 인원이 참관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기소내용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모든 기록들을 보면서 필자는 5.18은 김대중 등이 일으킨 내란사건이라는 1980년 판결에 동의하며,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되어 조직적인 작전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심증을 다시 한 번 갖게 되었다. 불순분자들이 시민들을 총으로 쏘는 것은 물론 제주 4.3사건에서처럼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러 놓고, 좌익들이 이를 군인들에게 뒤집어씌우는 소위 모략전을 반복적으로 구사함으로써 민주화 운동으로 굳혀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심리적 내전’이 바로 5.18이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수사기록으로 본 12.12와 5.18’(총4권)의 머리말 시안이었다. 역사책에 대해 고소하고 기소를 한 것이다. 글은 사실 또는 허위사실의 적시 부분과 의견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명예훼손은 사실적시 또는 허위사실적시 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의견의 표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의견을 놓고 명예훼손이라 고소를 했고, 기소를 한 것이다.

5.18사건은 충돌사건이다. 충돌에는 당사자가 있다. 한쪽은 시위자들이고, 다른 한 쪽은 이른바 신군부 및 공수부대다. 5.18역사는 국민의 역사이지 극소수 당사자들만의 역사가 아니다. 따라서 5,18 역사는 당사자들이 아니라 제3자적 위치에 있는 국민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제3자적 국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5.18 역사를 썼다. 그런데 그 역사가 충돌당사자에 불리하게 쓰였다고 양쪽에서 고소를 해 댄다면 어떻게 역사가 공정하게 쓰일 수 있겠는가? 국가는 공정한 역사가 쓰일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국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역사를 쓰는 사람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국가가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는 반공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나라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폭력시위 사건에는 예외 없이 북한이 개입됐다는 것이 간첩들의 상식이고, 정보 전문가들의 상식이다. 필자는 이런 신념을 가지고 지난 5년에 걸쳐 수사기록과 공판기록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5.18 광주에도 북한의 개입이 있었다는 수십 가지의 정황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래서 북한군이 광주에 와서 그들 목적의 작전을 수행했다는 심증을 갖는다는 표현을 하게 되었다. 북한의 대남공작을 경계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장려할 일이지 막아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사실들에 근거해서 북한군이 왔을 것이라는 심증이 간다고 표현한 것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반공국가가 취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3만 탈북자시대가 열렸다. 이번에 최초로 35명의 탈북자들이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 5.18”이라는 제목의 책자(446쪽)를 통해 증언을 했고, 그 중 15명은 생생한 수기를 썼다. 여기에서 특기할만 한 것은 책의 제목이다. 5.18이 “화려한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북한 특수군이 와서 작전을 했다고는 데 대해 심증이 간다’는 필자의 표현이 불구속 상태에서 법정에 서야 한다면 이 책을 쓴 탈북자들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5.18 광주에 북한군이 절대로 오지 않았다고 주장할 사람 아마도 별로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탈국군인들의 모임인 자유북한군인연합은 2006년 12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5.18광주에 북한특수군이 확실하게 왔다고 증언했다, 다음 날인 12월21일, 5.18단체측은 이에 대해 즉각 고소를 하겠다고 엄포만 놓고 3년이 다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5.18단체측이 탈북군인들의 증언내용을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에 북한군이 확실하게 왔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묵시적으로 인정하면서 ‘광주에 북한군이 왔을 것이라는 심증이 간다’는 표현에 대해서만 고소를 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탈북자들이 5.18의 진실에 대해 그리고 김대중 문익환 등 북의 앞잡이들에 대해 진실을 증언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5.18단체들은 이번 증언집을 놓고 “허위사실”들이라고 주장할 논리와 사실적 근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5.18 단체측은 지금부터라도 공수부대를 인간 이하의 살인집단인 것으로 오해한 데 대해 사과를 하고, 군은 물론 다른 국민들과 함께 어울려 북한의 야욕을 경계하는 데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5.18의 명예를 지키고, 살인기계로 길러진 북한 특수군에 의해 억울하고 잔혹하게 죽어간 광주시민들, 특히 젊은 여성들과 임산부들의 넋을 위로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광주인들 모르게 와서 광주시민들을 상대로 인간 이하의 만행을 저질렀다고, 수많은 탈북자들이 구체적으로 증언해주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애써 외면하면서 북한의 만행을 감춰주고 감싸주는 행위는 애국행위도 아니거니와 5.18의 명예를 스스로 짓밟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