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단 종교인들, 내란음모 혐의 이석기 선처 호소의 전말은?
<프레미엄 조선>
김한수 블로그문화부 기자E-mail : hansu@chosun.com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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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8 05:40 스크랩 메일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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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염수정 추기경 탄원서 중)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들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52)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법원과 종교계에 따르면,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10일 자필(自筆)로 이 의원과 내란음모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탄원서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이민걸)에 제출했다. 염 추기경과 별도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등 4대 종교 지도자들과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법안 스님 등 종교 지도자 7명은 지난 25일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지난 4월 14일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인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항소심 개시에 즈음한 각계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대책위 관계자들이 이 의원 등의 석방을 주장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지난 4월 14일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인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항소심 개시에 즈음한 각계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대책위 관계자들이 이 의원 등의 석방을 주장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특히 염 추기경은 지난해 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구사)의 시국미사에 대해 사제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를 비판하는 등 천주교계의 보수적 견해를 대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이 의원 등에 대한 탄원서 제출은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탄원서 제출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일각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나 실천불교전국승가회처럼 종교계 진보단체가 아닌 각 종단을 대표하는 최고위 성직자들이 특정 이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라며 ‘의미부여’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27일 종교계에 따르면 이 의원 등에 대한 종교 지도자들의 탄원서 제출은 통진당측의 준비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염 추기경의 경우, 이 의원과 함께 구속기소된 RO 조직원 조양원 사회동양연구소 대표의 부인 엄모씨 등 피고인들 가족 5명을 1시간가량 면담한 이후 나왔다.
천주교 신자들인 피고인 가족들은 비서실을 통해 면담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피고인 가족들은 선처를 호소했으며 1주일 후인 7월 10일 염 추기경은 ‘목자(牧者)의 심정’ ‘아버지의 심정’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실제 탄원서 내용을 봐도 평소 염 추기경의 지론과 큰 차이는 없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예수님 말씀을 인용한 바로 다음엔 “이 말씀은 무조건 다른 이의 잘못을 눈감아주라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염 추기경은 탄원서에서 ‘회개’와 ‘용서’ ‘평화’를 강조하고 “다만 귀 재판부가 법의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시기를 기도하며, 동시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화해와 통합, 평화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청합니다”라고 글을 맺고 있다. 피고인 가족 면담을 계기로 탄원서를 썼지만 내용 자체는 ‘사목적 원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염 추기경과 별도로 25일 탄원서를 제출한 7명의 종교인은 통진당 측에서 미리 준비한 탄원서 문구에 서명해 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탄원서 문구는 “전염이 두려워 나병환자들에게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을 때,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라며 “누가 어떤 죄를 범했든, 도움을 청하면 그 죄를 묻지 않고 구원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종교인의 마음과 자세”라고 말했다.
또 “남북분단과 이념의 갈등, 동서로 나뉜 지역 간의 갈등,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종식되고 우리 사회에 통합과 평화와 화해가 깃들기를 우리 종교인들은 염원한다”며 “소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7명의 피고인에게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한 종단의 관계자는 “2주쯤 전에 통진당 측에서 탄원서 문구를 준비해서 서명을 요청해와 서명해서 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평소에도 개신교계의 진보 목소리를 대변해왔고,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법안 스님 역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를 지냈다는 점에서 종교계에서는 이들의 이번 탄원서 제출이 전혀 의외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탄원의 진행과정은 별도로 치더라도 국가 전복을 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에게까지 종교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선처를 호소하는 모양새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종교 지도자들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만,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부적절하다”며 “일종의 사회적 압력이다. 납득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다른 법조관계자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자들을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다니, 기막힌 코미디”라고 했다.
재판부는 28일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 심리를 모두 마치고 다음 달 11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수원지법 1심에선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