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 예산부족? 그럼 눈이 안 내릴 땐 예산낭비라고 할 텐가? -
지금 우리나라 각 가정에 왜 방독면이 없을까?
북한의 화학전 공격을 몰라서? 아니다.
방독면 고무가 썩도록 화학전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비상시는 비정상적인 경우이다. 비상시에 대비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평시에 충실한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얼마나 유치한지 얼마전 강원도 폭설보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제설장비가 부족하단다. 원인은 인력과 예산 부족이란다.
전가의 보도 같은 입에 발린 소리 “인력과 예산 부족”?
이는 정부 탓 돌리기에 딱 알맞은 말이다. 말이 되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강설량이 100cm가 넘는 이 정도 폭설까지는 대비 못하는 게 정상이다.
10년에 한번 100년에 한번 닥칠 폭설을 대비하여, 다른 용도에 쓰이지도 못하는 제설 장비와 인력을 갖춘다고 치자.
그럼 그 비싼 장비와 인력을 폭설이 안 오는 9년 혹은 99년 동안 놀리고 있는 꼴은 뭐라고 보도할 텐가?
모르긴 해도 그럴 땐 아마 “인력과 예산 낭비”라고 할 게다.
10만 명 수용규모 종합운동장에 100만 명 모였을 때도 시설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운석이 떨어져 부수어진 건물을 두고 지붕의 강도와 탄력에 문제가 있다고 따질 필요가 있을까?
티벳 고원에 노아의 홍수나 쓰나미 해일을 대비하라는 소리나 똑 같다.
그럴 땐 사태적응의 문제이지 대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지난번 폭설의 경우가 그렇다는 거다.
준비부족으로 따진다면 완벽한 건 없다.
한파에 동사한 인도나 베트남 사람들에게 방한복 준비 안한 탓이라는 뉴스는 없더라.
그저 평소에 충실하면서 비상시는 경험에 비추어 예상보다 큰 손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대비하면 잘한 거다.
예측 불가능한 불가항력적인 경우까지 당국의 트집을 잡는 “예산과 인력부족”이라는 판에 박힌 소리는 그만 두기 바란다.
그런 수준의 보도는 월급과 마이크만 주면 못할 사람 없단 말이다.
사태분석보다는 그저 현장촬영 화면 앞에 마이크 잡고 떠들며 자신이 대단한 현장주의자인 것처럼 홍보하려는 저질스런 보도행태는 그만두기 바란다.
그런 현장주의자라면서 교전지역엔 절대 안 가고 교전지역 주변국에서 인터넷 검색해서 보도하면서도 카메라 앞에 마이크 잡고 떠들며 대단한 종군기자라도 되는 양 떠드는 속이 뻔히 보이는 행태는 지겹다.
굳이 현장주의를 철저히 진정하게 실천해 보이는 분야라면 주한 미군을 비롯한 군사시설 주면 환경피해나 문화재 문제 밖에 더 있었나.
이명박 정권 이후 계속 방치된 저질보도 행태에 찌든 방송, 언제 손보나?
박근혜에게 바라는 내가 바보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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