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사회문제보다는 개인문제를 더 중시하고 국가가 발전해야 개인이 잘 된다는 의식보다는 개인이 먼저 잘 되어야 국가도 잘 된다는 의식으로 예전 기성세대의 의식과는 다르다고 이춘근 국제정치학 박사가 밝혔다. 이 춘근(자유기업원 부원장 겸 이대 겸임교수)는 또 국제관계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현실주의적 시각과 이상주의적 시각으로 대별해 설명하고, "냉전체제가 탈냉전 시대로 바뀌고, 또 그것이 反테러 전쟁시대로 바뀌었다고 해도 국제정치의 원칙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이춘근 박사가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국제관계의 흐름 등 최근 상황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konas.net 더불어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국가 이익은 "국가안보" 라고 안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전쟁과 전략" 제목(가제)의 책을 집필하는 등 매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이춘근 박사를 지난 22일 서울 신촌 이화여대에서 만나 최근 국제관계 흐름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북핵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오전 이루어졌지만 사정에 의해 이 박사의 양해를 구해 28일 게재하게 되었다. 다음은 이 박사의 인터뷰 전문 내용임. ▲ 강단에서 느끼는 최근 대학생들의 사고방식은 어떠 한지요? 예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소위 386세대가 기승을 부릴 때는 국제정치나 외교정책을 강의하며 현실에 보다 적합한 견해를 제시하면 학생들의 반발이 심했지요.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2000년대의 대학생들은 386 세대와는 완연히 달라 운동권 학생이 거의 없다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물론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현재 학생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사회문제보다는 개인의 문제를 더 중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가 발전해야 내가 잘 된다는 의식보다는 내가 잘 되어야 국가도 잘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니 과거 학생들과는 접근방식이 많이 다르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같은 태도는 좋은 말로는 자유주의고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개인주의의 만연이라 할 수 있겠지요. ▲ 최근 국제관계 흐름에 대해 요약 좀 해주십시오. 국제관계를 보는 시각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같은 현상이라도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크게 현실주의적 시각과 이상주의적 시각이 있는데 지난 10년 정도 한국의 정치가들과 상당수의 국민이 이상주의적 시각으로 국제정치를 보고 있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제정치의 현실은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또 미국에서 집권당이 공화당에서 민주당 정권으로 바뀐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정치의 현상은 수 백 년 동안 그다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현실주의적 관점은 본질적으로 어느 나라는 좋은 나라이고 또 어느 나라는 나쁜 나라냐고 말하지 않습니다. 모든 나라가 자신의 국가이익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현실주의가 가정하는 세계는 국가들이 경쟁하는 세계, 평화를 보장 해 줄 수 있는 국기 위의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입니다. 국가들이 저마다 최고요 독립적인 권력 즉 주권을 가지고 있는 세상이며 국가들은 결국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헤쳐가야 하는 그런 세계를 가정합니다. 냉전체제가 탈냉전 시대로 바뀌고, 또 그것이 反테러 전쟁시대로 바뀌었다고 해도 국제정치의 원칙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국가들은 모두 국가이익을 추구하는데 그 중에서도 국가안보가 가장 중요한 국가이익이지요. 국력을 키우고 경제력을 증강시키고 국가의 명예를 높이는 일들이 모두 국가이익입니다. 국가이익에는 물론 우선순위가 있고, 우선순위의 첫 번째가 국가안보입니다. 현실주의에도 약간씩 다른 견해가 존재하는데 저는‘공격적 현실주의’라는 시각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제가 2004년 번역 출간한 시카고 대학교 존 미어세이머 교수의「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이라는 책과 제가 2007년 저술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이 바로 공격적 현실주의라는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분석한 책들입니다. ▲ 이 박사는 이 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해 나갔다 ⓒkonas.net ▲ 이명박 대통령의 첫 순방외교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면?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신문과 TV를 통해서 보면서 느낀 특이한 감정을 요약한다면 이번 정상 외교는“즐거운 외교”였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정권에서 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웃는 얼굴이 아니었지만 이번 회담은 웃는 얼굴이었고 양국 대통령이 웃는 모습은 자연스런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어느 대통령도 한미 동맹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이 본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아닌지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동맹은 마음의 상태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자유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 미국과 생각도 같은 정부입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 된 것이며 한국과 미국이 진정한 동맹이 된 것입니다. 정치학의 용어는 아니지만 한마디로 유쾌한 외교였다고 봅니다. 외교는 주고, 받는 것입니다. 지난 정권은 주지도 않고 받지도 못한데 반해 이명박 정부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 낼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보장이겠지요.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 부시 대통령 임기 내 북핵 문제 해결을 보려하지 않으려는지? 미국은 물론 북핵 문제의 해결은‘완벽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북한 핵을 해체함으로서 가능하다고 말 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 핵 정책은 본질은 어느 나라가 핵이 있느냐가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핵을 가진 나라가 미국에 위해(危害)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북한 보다 훨씬 막강한 핵보유국들 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들 나라의 핵을 폐기해야겠다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문제는 핵무기 그 자체가 아니라 핵을 보유한 국가의 성격입니다. 물론 북한에 핵이 없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설령 북한의 핵이 없어진다 해도 북한이 곧 미국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을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 미국 대북정책의 종점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문제는 ‘정권의 문제’며 미국이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대북 정책의 근저에 깔고 있는 목표는 북한 정권이 미국에게 해롭지 않는 정권이 되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영어로 말하면 ‘레짐 체인지(Regime-Change. 정권교체)’인 것이지요. ▲ 李 대통령은 서울-평양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의했는데. 북한에 연락 사무소 설치를 제의한 것은 좋은 제안 이라고 봅니다. 미국과 북한도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과정으로서 이미 이야기 한 것입니다. 북한이 미국하고만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방식에 한국도 적극적인 행위자로서 참여 한다는 의미가 되며, 한국과 통해야만 미국과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이 최종 목표일 수 있지만 우리는 목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핵문제가 해결 되는 것은 물론, 남북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일을 이룩하는 과정을 관리하는 장치로서 연락 사무소는 중요합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취임이후 비난을 일삼던 북한에 공을 넘긴 같은 효과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 6자회담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리라 보는지. 핵 신고서는? 미국이나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들이 6자회담만으로 북한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 핵 문제와 같은 어려운 문제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해결 하는 것입니다. 6자화담은 여로 경로중 하나인 외교 경로를 열어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6자회담을 하면서 군사적 강압정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6자 회담이 열릴 무렵에는 군사적 조치가 더 강화되곤 하는데 지난해 2.13 합의가 이루어질 당시에도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와 우리나라의 군산 미 공군기지에 F-22, F-117 전투기들을 증강 배치하기도 했었습니다. 6자 회담을 하니까 군사적으로 강압하지 않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또 핵 신고도 받는 쪽은 미국이고 평가도 미국이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완전하게’ 했다고 신고한다 해도 미국은 아니다 라고 말 할 수 있지요. 문제의 본질은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미국이 평가하고 미국이 주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겠지요. ▲ 한미 양국은 단호한 북핵 문제 해결을 합의했다.‘비핵 개방 3000 구상’과 연계는? ‘비핵 개방 3000’원칙은 맞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한다는 것은 북한이 체제의 변화를 단행하겠다는 것이고,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통일로 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과연 북한이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비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방도 안 될 것이고, 개방을 안 하면 3000을 이룰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보다 현실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비핵화 시킬 것이냐’의 문제에 더 집중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 생각 됩니다. ▲ 이번 캠프데이비드 별장 회담이 주는 특별한 의미는? 외교가 아무리 국가와 국가의 관계라도 사람의 일입니다. 당연히 사적인 감정이 배제될 수는 없습니다. 부시는 김정일을 좋아하지 않고 솔직히 말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해도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진심인가에 대해 확실한 신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 회담은 미국이 초청한 것이며 이는 미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진의를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미 대통령이 1박 2일 이라는 시간을 낸 것이고 미 의회가 대통령 당선 결의안도 낸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회담은 그동안 무너졌던 한미동맹 문제가 자가 회복되는 계기라고 말 할수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시급한 위기 상황 혹은 현안이 없는 상황에서 켐프 데이비드 정상 회담은 한미 관계가 다시 굳건한 동맹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해 주는 상징입니다. ▲ 한 미 간 강력한 동맹결속이 역으로 주변국에 이완현상을 주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 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다른 나라와 적대관계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 정부도 일본과의 관계, 중국과의 관계도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제정치는 권력정치고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이 잠재적인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우리는 미국과 가까운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국제정치의 힘의 구조는 압도적으로 미국이 강한, 힘의 중심이 미국에 치우쳐 있는 상태입니다. 군사력의 경우 미국은 2위인 나라보다 최소한 10배정도 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미국을 패권국가라고 하는 것이죠. 한국이 미국을 중시하는 것은 전략적, 지리적인 측면에서 나오는 것이며, 우리가 스스로 안보와 경제력을 강화해서 강대국이 되기까지 미국과의 동맹이 우리나라를 위해서 최선의 조치입니다. 외교에 원교근공(遠交近攻) 이라는 법칙이 있는데, 이 말이 의미하듯이 가까운 나라와는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토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영토 그 자체에 특별한 이익 관계가 없는 미국과 동맹을 맺는 것이 상식적인 일입니다.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2012년 4월 17일로 확정되어 있는데. 상황이 제도를 만들지 제도가 상황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미국이 한국군을 지휘하고 있을 때는 북이 미국과 싸울 수 없습니다. 전작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상황은 전쟁을 억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한국에 있는 모든 군사력은 미국 군사력이나 마찬가지 상태로 만든 것이 바로 전작권을 미군장성이 행사한다는 제도의 본뜻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전작권을 우리가 단독 행사하겠다고 우긴 것이지요. 그 경우 과연 효과적으로 전쟁이 억지 될 수 있겠느냐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군은 현재 북한과 싸워서 이길 수는 있겠지만 북한이 아예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강한 상태는 아닙니다. 한미 군사작전이 통합되었을 때는 즉 현재 상태에서는 북한이 도저히 선제공격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자살하겠다고 각오하지 않는 한 그렇다는 말입니다. 상황에 따라 당연히 다시 협상해야 할 것입니다. 자존심의문제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문제인 것이지요. ▲ 한일관계가‘성숙한 동반자 관계’가 되고 미래지향적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은 영원히 라이벌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한다고 해서 우리의 신경이 자극을 받지 않습니다. 칠레가 원자탄을 만든다고 해서 자극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가지면 즉각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유는 일본과 한국이 라이벌 관계라는 점 때문입니다. 역사적 측면과 지리적인 면에서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미국이라는 중재자가 힘의 균형을 관리하고 있어서 관리되고 있는 경우지만 이런 관계는 앞으로도 오래 갈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나 일본을 계속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열등감의 발로입니다. 우리도 일본 과 대등한 입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한일 관계는 성숙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