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청백리淸白吏는 없는가 !
-김영란 법을 보며 생각해 본다-
송재운(대불총 공동회장/ 실버타임즈 편집인)
현직 판사가 돈 먹고 구속되는 시대 - 무얼 믿겠나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청백리(淸白吏)란 없는가. 그렇다. 한마디로 없는 것 같다.
왜냐고? 민주시민 사회에서 법과 정의, 그리고 도덕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현직 판사가까지도 부정한 뇌물을 먹고 구속되는 판이니, 그 외 다른 어떤 공직자들에게서 청백리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인가, 의문스럽다. 그러니 이 나라의 모든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처벌 할 수있도록 하는 이른바 ‘김영란 법’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청백리’란 조선 시대에 관리로서 관직수행 능력과 청렴성(淸廉性)이 뛰어난 사람을 의정부에서 가려 뽑아 그들에게 내려졌던 칭호로서 가장 ‘이상적인 공직자상’을 의미한다.
이들은 능력과 청렴외에도 근검(勤儉) 인의(仁義) 경효(敬孝)와 같은 덕목들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잘아는 맹사성 황 희 최만리 이현조 이 황 이원익 김장생 이항복 등을 비롯하여 모두 217명이 청백리에 올랐다.
공직자가 받은 금품, 100만원 초과면 형사처벌-김영란법
김영란 법은 정확한 명칭이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국민공익위원회 위원 당시에 이 법을 제안하고 2012년 8월 입법예고 한데서 ‘김영란 법’이란 명칭이 붙은 것이다. 이 법은 문자 그대로 부정한 일을 청탁하지도, 받지도 못하게 하는 법이다. 모든 공직자와 그 가족까지를 위법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할 경우 현행 뇌물죄와는 달리 대가성, 직무관련성과는 무관 하게 형사 처벌을 받는다. 돈만 받으면 이유여하 불문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그동안 관료, 공직사회가 얼마나 부패해 있었던가를 가히 짐작케 한다. 모두가 공직자로서의 청렴의무를 버렸던 것같아 슬프기까지 하다.
공직자 가족의 경우는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공직자 본인과 동일하게 1회에 100만원 초과 수수시는 형사처벌, 100만원 이하 수수시는 과태료를 내게 하되, 그러나 연간 100만원을 초과 할 경우에는 형사처벌 한다. 이상이 골자인데 이 법은 지난 1월 8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여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그러나 정부 원안과는 달리 이 법의
적용대상을 고위 공직자 이외에
사립학교 교직원,
기자 등 언론 종사자로까지
확대함으로써 과잉입법의 논란에 휩싸였다.
최소 단위 100만원 금품수수, 그리고 그 공직자 가족까지 형사처벌 대상에 들어가는 이법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조선시대 선비들의 청백리 정신을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모가미부毛可米否, 조선시대의 청백리 정신
그래서 여기에 17세기 때, 효종 원년 56세에 과거 없이 사림(士林)으로 입신하여 숙종 9년 88세로 작고하기 1년전까지 이조판서, 우의정을 지내고 남인의 영수로서 정치적으로는 서인인 우암 송시열과 대결 했던 미수(眉수) 허목(許穆 1595-1682) 선생의 글 한편을 소개한다.
雪厚盈尺 설후영척
問足物何 문족물하
毛可米否 모가미부
可留否送 가유부송
눈은 한자나 깊게 쌓였는데
문안이면 족하지 물건은 웬 것
붓(毛)은 가하되 쌀은 안될 일
가한 것은 두어두고 안될 것은 보내노라.
눈이 깊게 쌓인 어느 깊은 겨울 날, 한 지인이 미수 선생을 찾아 문안을 드렸다.
그런데 그가 돌아 간뒤 미수 선생은 그가 놓고 간 붓과 쌀 자루를 보고 놀라 이와같은 글을 써서 붓은 받아 두고, 쌀과 함께 다음 날 사람을 시켜 다시 그 지인 집으로 돌려 보냈다.
사자사행(四字四行), 불과 16자의 간결한 이 시 같은 서찰 속에 그의 선비정신이 오롯이 들어 있다.
선생의 지인은 큰 벼슬을 지내면서도 어렵게 사는 선생을 위하여 붓 한자루와 쌀 한자루를 갖고 문안차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붓은 받되, 쌀은 받지 않고 되돌려 보낸 것이다. 붓은 문방사우로 선비의 벗이기도 하니 받아 허물될 것이 없으나, 쌀은 공인으로서 받을 수 없는 재물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는 공직자의 ‘청렴의무’를 이처럼 철저히 지킨 것이다
.
법은 지키는데 생명이 있다.
어떤 법이라도 지키지 않으려고 의도 한다면, 빠져나갈 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국민이 원하고 있는 ‘김영란 법’도 만들어 지고 나면 그도 이런데서 예외가 되기 어렵지 않을 까 걱정스럽다.
“모가미부毛可米否” 이는 조선 선비의 청렴성을 대표한다.
법 이전에 모든 공직자가 이 정신을 익힌다면, 김영란 법은 만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2015. 2. 23. 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