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최근 광우병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20%대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청와대수석과 비서관들이 아침 새벽 7시반까지 출근하여 밤 10-11시에 퇴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받아도 부족할 텐데, 사태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어떤 논설위원은 그 위기의 근원을 "CEO지도력에서 정치지도력의 변환이 제대로 안되는 곳에 위기의 본질이 있다"고 지적하고, 조갑제 보수논객은 “국정철학에서 이념을 무시한 실용주의가 위기의 화근이었다”고 진단한다. 소문에 의하면, “대통령이 일하는 데 너무 바빠서 컴퓨터 볼 시간도 없이 일한다”고 전한다. 이런 경우에 잘하거나 못하거나 일종의 일중독증에 해당된다. 또 이 대통령이 주로 여론의 향배에 대한 정보를 “종이신문에 의존하기에 인터넷상의 정보에는 둔감하다”고도 전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에게 욕하는 기사가 없는 지 부지런히 인터넷 검색으로 이 잡듯이 찾아내어 “한 건 잡아내었다”고 희색만연해 하는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열심히 일어나서 밤늦게 까지 일하고 잠 덜자고 일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의 역대 수석참모와 비서진들이 이렇게 많은 시간동안 일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일찍 6개월도 되지 않아서 지지도가 25%내외로 추락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왜 이런 미스테리 현상이 벌어지는 지 그 이유를 올바르게 찾아야할 것이다. 한 가지 단서를 찾아볼 수 있는 점은 유우익 비서실장은 수석과 비서관을 모아 놓은 아침 조례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스피디한 일 업무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실적을 강조하면서 일은 “많이 빨리빨리” 구호가 이번 급하게 처리된 쇠고기 협상-광우병 파동의 원인을 추적하는 하나의 단서가 되고 있다. 서둘러 할 것과 신중하게 할 것이 구별이 되어야하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이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이다. II 흥미로운 점은 이 대통령 자신이 위기의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5월 13일과 14일, 국정업무보고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니 ´보수적´이란 비판이 나온다"며 "사실 내 생각은 굉장히 진보적"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미래기획위원회 첫 회의 직후 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배우기 위해 요새 개그 프로그램을 일부러 유심히 보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기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세 가지의 중대 문제가 내포되어있다. 첫 번째 의문은 이 대통령이 작년에 나도 보수라고 밝히면서 보수단체와 회동을 한 발언의 의미와 전혀 다른데, 이제 와서 왜 “원래 진보적”이라고 운운하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 비롯되었나가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야할 것이다. 필자가 쓴 <김정일의 인질이 된 대한민국 II>의 구절에서 그대로 실어본다. <작년 대선시절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출마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수세력을 만나서 보수를 달래려고 했다. 그동안 한번도 보수를 제대로 만나서 회동한 적이 없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2월 11일, 이명박후보는 김상철 국가비상협의회 의장이 마련한 보수단체의 지도자 18명과의 긴급회동에서 “자신의 중도실용주의가 대립과 분쟁을 넘어서 화해를 위한 것이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음”을 인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자신의 보수이념과 확고한 가치관을 납득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서 일하는 “이재오, 정태근” 등 좌파성향의 인물들의 實名을 거론하면서 “그들은 이미 전향했음을 보증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인권의 중요성도 언급하여 보수단체들을 안심시켰다. 김상철 국비협 의장을 비롯한 보수단체 대표 18명은 면담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대통령으로서 이명박 후보 지지를 천명하였다. 김상철 의장이 낭독한 회견문을 통해 이들은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여 시장경제원리에 충실하고 경제를 부흥시키며 한미동맹을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안보를 튼튼히 하여 북한 동포에게도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통일을 실현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 보수단체와의 회동을 계기로 이명박 진영과 보수의 분열은 가까스로 봉합(縫合)되었으며, 이명박 후보의 보수의 지지는 大勢로 굳어졌다.pp.342-43> 이 글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보수단체에게 자신을 “보수이념에 투철한 인물”이라고 공언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쇠고기-광우병 파동이후 발언은 전혀 작년과 다르다. 사안별로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인지, 아니면 원래 진보적인데 작년 대선시에 이회창 출마로 보수표가 이탈하려고 하니 하도 사정이 급해서 “자신은 보수이념이 확고하다”고 그렇게 발언했는지, 아니면 지금 좌파의 쇠고기-광우병 공격에 궁지에 몰려서 그들을 달래기 위해서 보수적인데 진보적이라고 위장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작년의 발언을 뒤집는 것으로 현 정권의 성격을 놓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발언이다. 단국대 이주영 교수는 현 정권초기 『미래한국신문』(www.futurekorea.co.kr)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을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실용주의 정권으로 해석하면서 “좌측으로 가지 않는 것으로 천만다행으로 여길 수 있다”고 안도했다. 그렇다면 현 정권의 성격은 좋게 말해서 ‘좌우익 동거정권’이고 나쁘게 말해서 ‘뒤죽박죽 혼합형 정권’이라는 말이 아닌가? 두 번째 의문은 과연 이 대통령이 진보의 뜻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인지가 궁금하다는 점이다. 역사책에서 "역사는 進步한다(progress)”라는 진보라는 말은 發展(development)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어휘이지만, 한국사회에서 주로 사용되는 진보란 좌익(Left)들이 자신들의 진정한 정체를 은폐, 위장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전매특허로서 국민들에게 자신들을 진보 내지 개혁세력이라고 자칭하여 선전한다. 한국사회에서 진보는 좌파의 전유물인 것이다. 한국의 진보(좌익)세력의 핵심멤버들은 親北, 親共 성향이 농후하며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보다 평등한 사회주의 사회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공산사회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6.15공동선언에서 발대식을 올린 남북연방제를 지지하면서 대한민국을 임시정부의 성격을 띄도록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한국사회에서 내포한 진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면서도 그렇게 발언했다고 한다면,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를 좌익’이라고 발설한 것이 된다. 세 번째 의문은 대선까지는 보수표를 의식하였지만, “원래는 진보적이므로” 앞으로 대북정책을 포함하여 진보정책을 추구하겠으니, 좌파들에게 협조해 달라는 말인지 분명하지가 않다. 의혹은 대북정책의 旋回내지 變質 가능성에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이명박 정권은 대북 메시지에서 “인도적 지원은 북핵문제에 관계없이 지원하겠다”는 점을 누차에 걸쳐서 북측에 통고하고 있다. 북측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태평양 건너 와싱턴에서 그런 대북유화적 분위기도 한결 무르익고 있다. 방대한 양의 북핵자료를 넘겨받은 부시행정부는 유화적 대북 제스처를 쓰면서 대북지원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향후는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 당 안팍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것이다. 7월 전당대회를 전후로 해서 보수-우익을 끌어안고 갈 것인가 아니면 진보-좌파와 타협을 모색하면서 거래를 할 것인가의 중대 분기점을 맞게 될 것이다. 보수의 국정참여 허용이냐? 아니면 ‘탄핵’ 운운하면서 갖은 악을 쓰는 좌파와 빅딜인가? 결단의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나는 원래 진보적”이라는 발언은 보수가 결코 놓쳐서는 안되고 간과해서는 안될 중대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III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의 원인을 “국민들과 소통의 부족”으로 파악했다.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이지 사태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 이 대통령 자신이 진보적이라는 것이 쇠고기 파동과 어떻게 연결시키려고 그런 발언을 했는지 眞意를 전혀 알 수 없다. 친북좌파 척결과 좌파정권 교체의 최선봉에 섰던 보수애국단체는 연일 촛불시위의 배후에 실권한 친북좌파의 음모를 간파하고 이에 동조하여 순진한 국민 대중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선전선동한 MBC 등 방송매체에 선전포고를 하면서까지 험난한 길거리 투쟁과 법정투쟁으로까지 나서고 있다. 이렇게 보수는 친북좌파와 擴戰을 각오하면서까지 戰意를 불태우고 있는데, 쇠고기 파동의 책임의 당사자이면서, 국정책임자이면서, 친북좌파 척결의 총사령관이 되어야할 당사자가 “나도 원래 진보적”이라고 以實直告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는 엇박자다. 그동안 좌파와의 온갖 투쟁을 거치면서 몸과 마음이 기진맥진했지만, 다시 애국운동의 갓끈을 매고 출사표를 던진 보수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막 달아오르는 보수의 애국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실 내 생각은 굉장히 진보적”이라는 말은 자칫하면 대통령이 원래 좌파와 같은 편이니까 막연히 지지해 달라는 것으로 誤解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원래 진보적이라면, 축산업자와 농민들을 그토록 고려했다면, 진보좌파진영을 그토록 배려한다면, 방미과정에서 쇠고기 전면수입 협상을 하지도 말았어야 옳았다. 국내시장에서 값비싼 국내 쇠고기를 계속 먹도록 권장했어야 옳았다. 그 이유는 국내의 좌익, 진보세력들이 한미FTA는 물론이고 농산물이나 쇠고기 수입개방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IV 광우병 파동으로 이어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5월 13-14일 발언은 아마도 젊은 층의 고뇌에 동참하고 民心을 진정시키려는 순수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해석되어 誤解의 소지가 많은 발언으로서 논란거리로 남게 되어서, 자칫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正體性과 知的 水準, 나아가 道德的 信賴性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과 의혹을 증폭시키게 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이렇게 흘러도 5년, 저렇게 흘러도 5년,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겠지만, 이래저래 傷心한 보수에게 피곤한 5년의 세월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정일의 대항마를 찾아라 II>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