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손자병법인가?
북핵문제가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 것 같다.
지난 해 김정은이 6차 핵실험에 이어 9월 미국본토 공격도 가능하다는 대륙간 탄도탄을 발사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의 목표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이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협상과 군사적 해결 등 모든 선택을 열어 놓고 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배후인 중국은 북한 핵을 반대하지만
전쟁은 반대하며 북한 핵도 포기하고 미국의 군사훈련도 중지하는 소위 쌍(雙) 중단을 주장한다.
서로 반대의 입장에서 대치하고 있는 북핵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결말이 날까?
이를 가늠해 보려면 최고정책결정권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트럼프의 전략사상이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본다.
왜 시진핑이 아니고 트럼프의 손자병법이냐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트럼프의 애독서 목록 제1순위가 손자병법이다.주1)
그는 세계최고의 경영대학 와튼 스쿨을 나왔다.
미국의 경영대학 커리큘럼에는 손자병법이 꼭 들어있다.
왜냐하면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성립 발전시키는데 손자병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주2) 그는 거기서 손자병법을 접했을 것 같다.
둘째, 트럼프는 사업과 정치활동에서 손자병법의 격률에 맞게 행동해 왔다.
필자는 이를 주제로 《전략의 신: 트럼프》(인라잇먼트, 2016년)를 공저한 바 있다.
미대통령 선거전에서 기라성 같은 공화당의 경쟁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본선에서 막강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이기는 선거전을 손자병법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주3)
셋째, 손자가 중국 사람이고 중국도 경영대학원에서 손자병법을 배우지만
이를 현대 기업전략에 응용하여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만든 것은 미국이다.
왜 중국은 못했을까?
수천 년 동안 유가를 정통으로 삼아온 중국은 병법에서 이기는 기술만 중시했고
그 사상적 바탕을 등한히 했기 때문이다.
손자의 사상적 바탕은 무기를 상서롭지 못한 기구(不祥之器)로 보는 도가(道家)였다.
손자는 전쟁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보았고 불가피한 경우에 전쟁에 응용할 수 있는 전략 원칙을 《손자병법》에서 제시했던 것이다.주4)
그러나 근대 이후 중국에서는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흑심을 품어 야심을 추구하는 후흑학(厚黑學)이 대세가 되었다.
리쭝우(李宗吾, 1879~1944)가 창안한 후흑학은
삼국지의 조조, 유비, 손권, 사마의 등 중국의 영웅들은 얼굴은 두껍고(面厚면후)
속내는 시커먼(心黑심흑) 사람들이었으며
난세를 이겨내려면 그런 후흑학을 연마해야 한다고 설파했다.주5)
마오(毛澤東)가 후흑학을 탐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1980년대 홍콩에선 리쭝우 조명 붐이 일었고 베이징(北京)에선 90년대 후흑학 관련 서적이 잇따라 출판돼 인기를 끌었다.주6) 중국에서는 후흑이 난세(亂世)의 처세술이 된 것이다.
거기에 공산당이 장악한 후 중국은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산주의 사상이 주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루커(Peter Drucker)는
실존주의의 선구자 키엘케고르의 개인주의적 사상에 감명을 받았고
1930년대에 이미 전체주의와 공산주의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책을 쓴 자유주의 사상가였다.
주7)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과는 사상적 바탕이 다르다.
트럼프의 국가 전략
트럼프는 1917년 12월 미국의 새로운 국가전략을 발표하였다.주8)
선거 때의 공약을 재정비한 것이다.
그것은 세계화에 매몰되어 국가이익을 외면했던 전임자의 것과 구분된다.
그 전략은 미국의 본토방위, 미국의 번영 증진, 힘을 통한 평화, 경쟁하는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 증대 등 4개 분야로 이루어졌다.
트럼프는 민족국가들은 끝없는 경쟁 속에 있으며 “미국은 우방이나 적국으로부터 미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미국 우선주의다.
그러나 미국이 혼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2017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미국을 우선으로 놓는 것 같이 다른 모든 나라들도 자기 나라를 우선으로 놓아야 하며 이를 기초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보았다.주9)
트럼프는 본토방위를 위한 계획으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울 것임을 다시 밝혔고 이민제한을 빠져나가는 구멍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전략은 또한 미국의 경제안보는 국가안보라고 말하고 불공정 무역관행과 지적 재산권 도둑질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촉구하였다.
새 전략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들의 위협에 관하여 상세히 언급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지우려고 미국의 힘과 영향력, 그리고 이익에 도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 미국의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극단적 지하드(Jihad) 세력과 이란의 위협은 중동문제의 원인이 이스라엘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이 공동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들의 경쟁자들은 억세다. 그들은 집요하고 장기적이지만 우리도 그렇다.”고 부연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새 전략은 세계화나 국제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안보는 국가안보라고 말하고 있다. 손자병법의 전략사상과 통한다.
손자병법은 시계편(始計篇) 첫 문장에서 “전쟁은 국가의 대사(大事)이다. 백성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는 일이므로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가와 국민을 우선으로 두었고 통일된 세계를 상정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전쟁에 드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지적하면서 당시에 이미 경제가 국가안보와 직결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주10)
트럼프의 북핵문제 해법
그럼 이상의 국가전략과 손자병법의 격률에 비추어 트럼프의 북핵문제 해법은 무엇일까?
앞에서 본 것처럼 트럼프는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로 규정하였다.
이런 불량국가가 핵무기를 갖게 되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핵 확산 금지체제(NPT)가 흔들려 세계평화에 큰 위협을 주게 된다.
그것은 일본, 이스라엘과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은 물론 미본토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결코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할 수 없으며
그 목표는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폐기(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가 되지 않을 수 없다.주11)
그럼 이런 목표를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 러시아 등 경쟁 국가들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까?
손자는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무릇 최상의 전략은 (적의) 계획을 치는 것이요,
그 다음은 외교를 치는 것이며,
그 다음은 군대를 치는 것이요,
최하가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라고 썼다.주12)
최상의 전략은 적의 계획을 깨뜨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핵개발의지를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공개적으로 북한에게 비핵화가 유일한 선택이며
미국은 자신과 동맹국들을 지키기 위해서 불가피하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주13)
미국은 이런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항공모함 등 대규모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고 있다.
벌모(伐謀)에 해당하는 말과 행동이다.
그 다음은 적의 외교를 치는 벌교(伐交)이다.
미국은 동맹국의 협조와 유엔 제재를 통해 북한의 외교를 치고
북한으로의 물자 수송에 재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 결의안에 동참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지키지 않아
북한을 도와 온 중국을 북한제재에 끌어들이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핵개발과 미국의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지하는 쌍 중단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북핵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겉으로는 협조하는 듯 보였지만 속으로는 늘 다른 일을 꾸몄다.
처음에 미국은 중국을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 삼아 북핵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중국은 이를 자신의 국제적 입지를 높이는 기회로만 활용했고
결과적으로 북한 핵개발의 시간을 벌어주었을 뿐이었다.
얼굴 두껍고 속 검은 후흑학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가을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믿어 시진핑을 칭찬했다.
그러나 북한에 기름을 싣고 가는 중국 선박이 발견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번에도 중국은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현행빔으로 잡혔다. 중국이 북한으로 기름이 가도록 허락한 데 매우 실망한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북한문제에 대한 우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썼다.
주14) 손자병법에서 "전쟁은 속임수다"(兵者 詭道也 병자 궤도야)라고 한 것은 전쟁에서 적을 속이라는 말이지 인간관계에서 속임수를 쓰라는 말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거짓말하면 신뢰를 잃는다.
북한이 핵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중국이 계속 협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손자병법에서 하책으로 삼는 군대를 치고 성을 공격하는 방법이다.
적어도 앞으로 6개월 이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이상 진전이 없다면
트럼프는 중국과 소련의 개입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영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참전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중국과 소련은 아직은 전면전을 각오하고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미국과 군사적으로 맞설 수 없다.
끝까지 전쟁에는 반대한다고 체면은 세우겠지만 묵시적으로 양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럼 트럼프는 언제 어떻게 공격을 감행할까?
손자병법은
“적이 방비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고
뜻하지 못한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병법가의 승리의 계책이니 미리 전파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말한다. 주15)
트럼프가 북한을 공격한다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예측하지 못한 방향일 것이다.
또한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빠르기를 질풍과 같이 하라(其疾如風기질여풍)고 했다.
미군사력의 북한평정은 북한이 반격할 수 없는 시간 내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 같다.
현재 미국의 전략자산으로는 그것이 가능하다.
북한이 핵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2018년 1월 11일)
주1)US News and World Report는 도날드 트럼프의 애독서 10권을 추천했는데 첫째가 손자병법(The Art of War)이고 중국관련 도서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트럼프가 추천한 10권의 애독서는; ⓵ 손자(Sun Tzu)지음, 「손자병법(The Art of War)」 ⓶노만 펄(Norman V. Peale) 지음, 「긍정적 사고의 힘(The Power of Positive Thingking)」 ⓷랄프 에머슨(Raph W. Emerson) 지음, 「수필 및 강의록」(Essays. and Lectures) ⓸ 니콜로 마키아벨리(Nicholo Machiavelli) 지음. 「군주론The. Prince」 ⓹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지음, 「아이디어와 의견(Ideas and Opinion)」 ⓺ 리차드 멕그리거(Richard McGregor) 지음, 「파티(The. Party)」 ⓻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 지음, 「중국에 관하여(On China) ⓼ 장창(Jang Chang) 지음, 「모택동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Mao: The Unknown Story)」 ⓽ 지안잉 자(Jianying Zha) 지음, <떠오르는 중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Tide Players: The Movers and Shakers of a Rising China)⓾ 제임스 맥그레거(Jamems McGregor), 「10억의 고객들(One Billion Customers)」, Rachel Dicker,"10 Books Donald Trump Loves,", U.S. and World Report, June 1, 2016,
http://www.usnews.com/news/
주2) Gary F. Keller, “The Influence of Military Strategies on Business Planning,” International Journal of Business and Management, May, 2008, p.129.
주3) 정천구, Hellen S. Jeong 공저, 《전략의 신: 트럼프》, 인라잇먼트, 2016.
주4) 따라서 손자병법의 목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지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기는 것이 아니다. 부득이 싸우게 될 때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아니라 백번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의 백전불태이다(知彼知己면 百戰不殆).
주5) 최영민 편저, 《서른! 후흑으로 승자의 미학을 만나다》, 늘푸른소나무, 2012, 제1편 후흑학, pp.12-17.
주6) 중앙일보] [분수대], http://news.joins.com/article/
주7) Peter F. Drucker, “The Unfashionable Kierkegaard,” 1933와 The End of Economic Man,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 1939 참조.
주8) Full text: Trump's 2017 U.N. speech transcript, Politico, 09/19/2017,
주9) 앞의 글.
주10) 원문은 손자병법 시계편의 “兵者,國之大事也;死生之地,存亡之道,不可不察也,” 그리고 “凡用兵之法:馳車千駟,革車千乘,帶甲十萬。千里 而饋糧,則外內之費,賓客之用,膠漆之財,車甲之 奉:費日千金,然後十萬之師舉矣.” 曹操, 《孫子略解》, 朔雪寒 發行, 2015. 10. 23 揭示.
주11) Joseph DeTrani, “Do Not Accept North Korea as a Nuclear Armed Power,” The Newsletter, September3, 2017.
https://www.thecipherbrief.
주12) 원문은 손자병법 謀攻편, "是故,百戰百勝,非善之善者也;不戰而勝,善之善者也。故上兵
주13) Trump의 유엔연설, 앞의 글.
주14) Mark Landlerian, “As North and South Korea Begin to Talk, Trump Watches From Sidelines,” the New York Times, Jan.3, 2018.
주15) 원문 <손자병법> 시계편, “攻其無備,出其不意. 此兵家之勝,不可預傳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