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남북 접촉에서 북한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모호한 입장을 우리 정부 대표단에 건넸다.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일방적으로 올릴지, 아니면 남북 협상을 통해 인상할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북측 의도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공단 폐쇄 절차를 밟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공단 발전을 위해 우리가 먼저 적극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북한 의도는 뭘까 = 북한은 지난 21일 남북 접촉에서 "특혜 조치 재검토"와 "기존 계약 재검토 협상" 두 가지 내용을 통보했다. 특히 근로자 임금 조정과 토지사용료 조기 지급을 요구한 특혜 조치 재검토 항목이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하자는 항목과 떨어져 있다보니 "북한이 개성공업지구법을 뜯어고쳐 근로자 임금과 토지사용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남측과 협상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법 논리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실제 그런 행동은 남과 북이 합의해서 개성공업지구법을 만든 취지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올리면 개성공단 기업이 버티기 힘들 것이고, 결국 공단은 폐쇄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에 개성공단은 하나의 협상 카드이기 때문에 당장 공단 폐쇄로 이어지는 극단적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통지문을 전달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을 지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군부와 달리 "북이 살기 위해서는 남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라면서 "개성공단을 없애자는 군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명분 확보 차원에서 남한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측도 21일 남북 접촉 때 건넨 통지문에서 "남측이 사태를 악화시키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협박하면서도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북측은 통지문에서 "남측 당국이 반공화국 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북남협력 상징인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파탄시키는 행위"라며 남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등 정치 문제를 개성공단과 연계시킬 것임을 암시했다. 또 남한 기업이 한 해 수억 달러 이익을 보는 반면 북측 노동자는 노동력 대가로 연 3000만달러 정도만 받는다고 주장하며 "우리만 손해를 보면서 언제까지 기존 계약에 구속돼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 정부 협상 전략은 = 우리 정부는 수많은 대응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23일 "정부 내 여러 유관기관, 그리고 입주기업, 현대아산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북한의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언제쯤 이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이 정리되겠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단 문을 당장 닫자는 의도가 아닌 이상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 억류 문제와 개성공단 임금 문제 등을 PSI 전면참여 유보와 연계시키는 등 보다 적극적인 협상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성장 실장은 "공장 근로자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불하는 형식으로 협상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핵심 사안은 장관급 회담 등으로 수준을 높여 하자고 제안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