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원로회의가 중앙종회가 부의한 설정 총무원장 인준 동의의 건을 인준했다. 이로써 설정 총무원장은 '해임'됐다.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의장 세민 스님)는 22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중앙종회가 부의한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동의의 건'을 상정해 무기명비밀투표 결과 인준 찬성 12표, 반대 7표로 탄핵을 가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세민·암도·성타·월탄·대원·철웅·일면·보선·정련·원행·성우·법타·성파·월주·정관·원경·지성·종하·지하 스님 등 19명이 참석했다. 근일·현호·우송·인환 스님 등 4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원로회의 사무처는 이날 회의결과는 ‘만장일치’로 발표했다. 21일 설정 총무원장이 “산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발표한 것을 ‘사직’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회의 사무처는 “총무원장 사직은 인정돼나 법적 다툼을 종식시키고 종단 화합을 위해 불신임을 만장일치로 가결한다”고 발표했다.
설정 총무원장 탄핵은 ‘학력위조’ ‘친자 의혹’ 막대한 사유재산 보유‘ 등 갖은 의혹이 35대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고, 이후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등 불교시민사회가 나서 설정 원장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설정 원장 퇴진 요구가 거세지고 MBC PD수첩이 ’큰스님께 묻습니다‘ 방송을 통해 설정 원장의 여러 비위를 보도하자 조계종 총무원장의 자격 문제가 사회적 관심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설조 스님이 41일 동안 목숨 건 단식을 통해 설정 원장의 퇴진과 조계종 적폐청산과 청정종단 구현을 발원하면서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설정 원장 퇴진 문제는 결국 그를 옹립한 자승 전 총무원장과 그의 세력들이 꼬리 자르기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탔다. 전통사찰방재예측시스템 사업과 관련해 검찰 수사는 물론 사회적 여론의 칼날이 자승 전 원장으로 향해지자 결국 설정 원장을 잘라내 새로운 종권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결국 자승 전 원장이 장악하고 있는 중앙종회는 지난 16일 21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첫 안건으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 건을 상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재적의원 75명이 전원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불신임 반대 의견 등이 나왔지만 71명이 무기명 비밀투표에 참여해 찬성 56표 반대 14표, 기권 4, 무효 1표로 설정 원장 불신임 결의는 가결됐다.
설정 원장은 중앙종회의 불신임 가결에도 총무부장을 새로 인선하려 하는 등 자승 전 원장 세력에 의해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설정 원장은 종단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12월 31일 사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자승 전 원장 세력인 불교광장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이 나서 설정 원장 사퇴를 압박했고, 결국 중앙종회서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설정 원장은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산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발표해 수덕사로 내려갈 것으로 알려졌지만, 설정 원장은 서울 모처에서 대기하며 원로회의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원로회의는 이 같은 설정 원장의 행보에 쐐기를 박듯 “총무원장 사직은 인정돼나 법적 다툼을 종식시키고 종단 화합을 위해 불신임을 만장일치로 가결한다”고 발표해 버렸다.
설정 총무원장을 35대 총무원장으로 인준했던 조계종 원로의원들이 이번에는 설정 원장을 탄핵하는 데 적극 나선 것이다.
이날 설정 총무원장 인준에 찬성표를 던진 원로의원은 12명이다. 이 숫자는 35대 총무원장 당선인 인준에서 찬성표를 던진 12표와 같은 표수다. 지난해 10월 18일 원로회의는 비공개회의로 총무원장 당선인 인준 과정에서 원로의원 19명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표결해, 인준 찬성 12표, 인준 반대 7표로 인준했다. 결국 설정 총무원장 당선을 인준했던 원로의원 전원이 다시 설정 원장을 탄핵하는 데도 표를 던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승 전 원장이 영향력이 원로회의에도 여전히 미치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원로회의가 이날 설정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동의를 가결시킨 이유는 결국 설정 원장이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쐐기를 박고 36대 총무원장 선거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자승 전 원장 측의 뜻과 같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설정 원장이 21일 "다시 산중으로"라는 표현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본다면 중앙종회가 부의한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 동의의 건은 자동폐기된다. 따라서 별도의 원로회의 인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데도 이날 회의를 열어 불신임 시킨 것은 설정 원장의 복귀를 막기 위한 확실한 법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원로회의는 '종단 현안에 대한 논의의 건' 등을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다음회기로 이월해 논의하기로 결정한 뒤 회의를 마쳤다. 불교개혁행동을 비롯한 개혁 진영이 요구해 온 중앙종회 해산 등 안건은 상정하지 못했다.
원로회의가 총무원장 불신임을 인준 가결하면서 설정 원장은 이날로 '해임'됐다. 이에 따라 조계종 정국은 36대 총무원장 선거 국면으로 완전히 전환된다. 하지만 이 역시 순탄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국승려대회가 26일 오후 2시 예정돼 있고, 조계종 적폐청산에 힘쓰는 재가연대체인 불교개혁행동은 "전국승려대회에서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는 자승 전 총무원장을 멸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폐세력으로 지목된 자승 전 원장과 불교광장 등 기득권 세력이 새로운 종권을 구축하려는 정치 행보에 불교개혁행동 등 불교계 시민사회가 어떤 대응을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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