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이후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북한 여성의 순결·정조 의식이 심각히 손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서울대 대학원 윤리교육과 정지영 씨가 석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여성의 가치관 변화 연구"에 따르면 북한 여성의 성 의식은 1994~2000년 "고난의 행군" 시대 이후 급변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난의 행군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1990년대 중반 약 300만 명 주민들이 아사하는 등 경제난이 가중되자 김일성의 항일 활동 시기 어려웠던 상황을 상기시켜 위기를 극복하려고 채택한 구호이다. 또한, 이는 19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북한이 경제적으로 극도의 어려움을 겪은 시기를 말한다. 논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여성은 국가와 남성이 요구하는 현모양처 역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고, 성에 대해서도 매우 보수적이었지만 극심한 식량난 탓에 북한 여성은 성을 하나의 생계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게 정씨 연구 결과다. 정씨는 논문에서 “배고픔에는 사상도 정조도 없었다. 순결의식은 약화하고 성을 생계유지나 부의 축적, 안락한 생활을 위한 도구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심화됐다”고 밝히면서 “생존이 최대 명제가 되면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이나 위법행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당연시하는 등 윤리적 타락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독립신문 (webmaster@independent.co.kr) copyright @ 2002 독립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