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2010년 2월 4일 프라자호텔에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미국 민주주의재단(NED)의 공동주최로 ‘북한 개발, 인권 및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이란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렸다. 동시통역이 진행되어 많은 외국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남북관계는 진전과 후퇴, 지연을 반복한 과거의 악순환을 벗어나 한반도 평화와 안녕을 위해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북한의 변화와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위해, 국제기구, 국제단체 및 외국정부 등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범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은 물론, 민간영영에서의 교류확대와 협력증진이 필요한 때이다. 2010년은 남북관계에 있어 남다른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전쟁 60주년과 6·15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남북관계는 이제 영구적 평화구축과 동반번영을 위한 한 단계 더 비약적인 관계로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II. 이어서 김 의장은 인쇄하여 미리 배포된 내용과는 별도의 발언을 추가했다. 첫 번째 주목할 점은 “남과 북은 서로 자극하지 말아야한다”고 언급한 점이다. 남북관계에서 대단히 위험한 양비론적 인식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①북한의 참혹한 수용소를 해체하는 주장, ②대북 삐라를 뿌리는 것, 아니면 ③북한의 민주주의, 개혁개방, 또 인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는 것, 등을 지칭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체제의 문제점을 건드리지 말고 ‘퍼주기식 대북원조’나 해 주자는 것인가? 그 발언의 의도가 불분명했다. 시간이 있었다면, 필자는 그 자리에서 “김 의장은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는가?”를 추궁하고 싶었다. III. 김형오 의장의 발언은 남한 대중과 청와대,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 모두를 적당하게 만족시키는 정치적 발언이었다. 그러나 전형적인 중도실용주의 발언으로서 장차 논란의 여지가 많은 발언들이었다. 총평한다면, “말썽이 없는 게 좋다”는 식의 기회주의적 발언이었다. 이런 발언들이 한나라당 중진이면서 국회의장의 발언이었고 현재 한국정치가의 수준과 대북인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공연히 김정일과 친북좌익으로부터 매맞을 발언을 하지 말고, 표를 상실하지 않도록 요령있게 매끄럽게 해쳐나가는 노력이 엿보였다. 이것이 한국정치가의 고단수 기술이란 말인가? 2,300만의 북한동포도 한민족이다. 그들이 김일성-김정일의 공산수령독제 체제에서 신음한 지 벌써 60년이 넘었다. 그들에 대한 한줌의 연민의 정이라도 느끼는 것인가? 남한의 권력층이 세도를 즐기는 사이 봉건시대의 농노신분 보다도 비참하게 사는 북한주민의 신음소리는 한반도를 진동하고 있다. 국회의장이란 높은 자리에서 자리만 지키면서 權勢만 호령하면 萬事亨通이란 말인가? 정녕 김형오 국회의장은 남한동포드의 간절한 도움을 希求하는 북한동포들의 저 피끊는 절규를 듣지 못하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