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출신의 한 최근 탈북자는 북한의 지배층 사이에서 김정일에 대한 불신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하는대로 따라가면 결국 체제가 망하고 말 것이란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핵실험도 이들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고 김정일의 이른바 先軍정치도 위안이 되지 못한다. 김정일 정권은 지난 10년간 남한을 뜯어먹고 사는 데 익숙해져서 경제자립은 더 어렵게 되었다. 김정일은 더구나 국방위원회를 사실상의 계엄사령부처럼 운영하여 노동당 지도체제를 혼란과 갈등에 빠뜨렸다. 국방위원회가 정무원, 노동당 정치국, 군대까지 지휘하는 꼴이 되었다. 군대내의 노동당 출장소격인 총정치국도 국방위원회 산하에 들어갔다. 국방위원회는 김정일이 위원장인데 북한체제의 기존 권력 질서를 뒤집어버리는 바람에 상층부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 국방위원회는 집행기구까지 확대하여 행정적 지시까지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배계층 안에선 김정일이 二線으로 물러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체제운영을 맡아 중국식 개혁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고위급 탈북자는 "김정일이 망하면 우리도 같이 망하니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체념에서 깨어나 이제는 김정일과 같이 가면 다 망하니 自救策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점을 남한당국이 잘 이용하면 김정일을 몰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주민들에 의한 봉기는 불가능하지만 지배층이 김정일을 상대로 일종의 궁정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은 가능하다. 1964년 소련 정치국이 흐루시초프를 몰아냈던 식이다"라고 말했다. 흐루시초프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사건 때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에게 굴복하여 核미사일을 쿠바에서 철수시켰다. 이것이 소련 공산당 간부층의 불만을 야기했다. 흐루시초프를 이어 등장한 브레즈네프는 수구적 정책으로 돌아가 소련의 필연적 멸망을 예약했다. 후계체제도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70세를 향해서 가고 있는 김정일의 치명적 약점은 김일성과 같은 카리스마가 약하다는 점이다. 위기 때는 이 점이 크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 시기는 1970년대의 美蘇 데탕트 시기와 비교된다. 1980년에 당선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과의 공존을 거부하고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하여 이를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 성공했다. 햇볕정책을 정리해야 할 시점에서 李明博 대통령 당선자가 對北정책의 목표를 평화공존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김정일 정권의 붕괴와 북한주민 해방으로 삼을 것인가가 핵심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닉슨의 길을 갈 것인가, 레이건의 길을 갈 것인가의 선택이다. 김정일은 손 볼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평화공존으로 위장된 분단고착의 길을 갈 것이고 김정일을 평화적으로 제거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