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와 선운사의 비극
-자비무적(慈悲無敵)인데, 누가 해치겠나!-
이법철(www.jabg.net)
지난 5월 2일 오전 11시에 조계종 24교구 본사 선운사 주지 진산식이 있었다. 단하(壇下)의 대중석에 앉아보니 단상에 앉은 승려 가운데 월간조선의 김성욱(金成昱)기자의 저서 ‘대한민국 적화보고서’에 언급된 불교계 좌파의 수장이 오연(傲然)히 앉아있다. 그는 축사에 정치발언을 했다. 그를 보면서 나는 한국전 때 비참하게 죽어간 당시 선운사 주지인 호명(浩溟)스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오래전에 선운사 석상암의 향엄(香嚴)스님에게서 선운사의 비극을 들었다. 향엄스님은 나에게 오열속에 자신의 은사인 호명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선운사가 있는 도솔산에도 김일성의 세상을 열려는 빨치산들이 숨어들었다. 사하촌(寺下村)에서 불길한 소문을 들은 향엄은 스승인 호명스님에게 피신할 것을 간절히 말씀드렸다. 그러나 호명스님은 오히려 향엄에게 “천년고찰인 선운사를 지켜야 한다.”며 피신을 권하는 상좌를 꾸짖었다. 호명스님은 다시 “일생을 남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았고, 자비를 베풀어 왔다. 자비무적(慈悲無敵)인데 누가 나를 해치겠는가. 나는 선운사를 지킬 것이다.”는 것이었다. 빨치산들의 무차별 살육을 아는 향엄은 몇 번이고 울며 피신을 권했지만, 스승은 오직 자비무적의 사상뿐이었다. 향엄과 대중은 울며 호명스님을 홀로 두고 선운사를 빠져나갔다.
선운사 위쪽으로 2Km쯤 걸어가면 내원골이 있다. 골짜기가 깊은 곳이다. 그 무렵 일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굴비 엮듯이 묶여서 내원골에 끌려갔다. 내원골에 끌려간 남녀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그 후 도솔산에 비오는 밤이면 빗속에 묶여서 죽창과 도끼, 칼 등으로 죽어간 남녀들의 절규인 “살려달라”는 애원 소리와 죽음을 앞둔 자들의 호곡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다. 한 때 비오는 밤이면 방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선운사의 풍경이 있었다. 내원골의 떼죽음을 아는 사람들도 거의 죽었고, 죽어가며 그날의 비극은 잊혀져 가고 있다.
종교는 아편이라고 정의하고, 종교를 부정하는 도솔산의 빨치산들이 호명스님을 그냥 두지 않았다. 빨치산에게는 불교의 자비무적사상은 통하지가 않았다. 빨치산들은 호명스님을 포박하여 복날의 개 끌듯이 선운사에서 도솔암 쪽의 가는 길 옆 깊은 골짜기‘희애재’로 끌고가 목과 사지 등 열두 토막을 내어 숲속에 흩뿌렸다. 빨치산들은 왜 천년고찰을 지키려는 노승을 토막토막을 내어 흩뿌렸을까?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의 공산세계가 인민의 낙원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낙원을 성취하려면 반드시 쓰레기 청소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비무적의 호명스님은 공산주의자들에게는 반드시 청소(처형)해야 할 쓰레기로 본 것 같다.
대한민국의 국군이 도솔산에 진주했다. 향엄도 뒤따라왔다. 향엄은 그리운 스승을 찾았으나 스승을 찾을 길이 없었다. 국군과의 교전으로 생포한 빨치산의 입을 통해서 스승의 비참한 주검의 소식을 들었다. 향엄은 대성통곡을 하고 스승의 유체를 찾았으나 산짐승의 탓인지 토막이 난 시체를 모두 찾을 수가 없었다. 향엄은 통곡 속에 스승의 토막 난 일부분의 유체를 화장하면서 자책하며 몸부림쳐 울고 또 울었다.
나는 선운사를 떠나면서 선운사의 비전(碑殿)에 있는 호명스님의 비석을 찾았다. 큰 비석들에 비하면 작고 초라한 비석이 변두리에 서 있었다. 비석에는 이렇게 비문이 쓰여 있었다. <禪師의 法名은 佳誠이요, 俗姓은 陳氏茂長人이다.(중략)…. 庚寅年에 六二五動亂을 逢着하여 火坑중에 全燒당할 禪雲寺를 換身救出하시고 壬辰九月 二十七日 世緣己盡 하시여 入寂하시니 法臘七十三이요 世歲 八十六이러라>비문에 의하면 공산주의자들은 86세의 호명노스님을 토막을 내어 죽인 것이다. 토막이 나 죽어가는 호명노스님을 생각하니 뜨거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눈물을 닦고 주위를 살피니 저만치서 늦게 핀 진달래꽃이 보였다. 나는 꽃을 꺾어 비석 앞에 헌화하고 합장하고 반야심경을 소리높여 낭송하여 애도하였다. 한국전 때 전소된 사찰과 비참하게 죽어간 승려의 사례가 어찌 선운사뿐일까?
수백만의 인명이 김일성의 남침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간 생생한 역사를 우리는 절대 망각해서는 안 된다. 김일성은 국군에 의해 패퇴하면서 원폭이 없는 것을 한탄했다. 이제 아비의 유훈대로 김정일은 원폭을 만들었다. 김정일은 아비의 야욕을 본받아 원폭을 앞세워 제2 한국전을 일으키려고 시도할 것이다.
과거 남로당의 박헌영과 남로당 패거리들이 김일성의 남침을 유도했다. 그런데 역사의 반복인가, 작금에는 박헌영 역할을 하는 정치인과 남로당 패거리 같은 자들이 이번에는 김정일의 남침을 유도하듯이 보급참모 노릇을 하며 친북행위를 맹렬히 하고 있다. 그따위 친북행위는 첫째 분단의 고착화요, 둘째는 제2 한국전의 유도일뿐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발전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정치하는 반역자들의 장난으로 과거 좌우익의 떼주검의 전주곡인 극렬 투쟁시대로 회귀하는 것 같아 통탄스럽기 짝이 없다.
한국전의 비극과 폐허를 극복하고, 세계경제 11위를 이룩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만강(滿腔)의 경의를 표하며, 대한민국 건국정신의 수호를 함께 외치는 바이다. 대한민국 만세!
ⓒ 중앙불교신문(www.jabg.net), 전재 및 재배포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