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일제히 권력 분점을 화두로 꺼내들었다. 권력 분점은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전쟁에서 또 다른 전선으로 등장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말은 점잖지만, 내심 상대방에게 총리를 하라고 권하고 있다. 상대가 후보직을 접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안’에 대한 구상을 내비치면서 단일화 경쟁 여론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직이 단일화 협상의 고리로 등장한 셈이다.
안 후보 측에서는 대통령이 통일·외교·국방을 책임지고 나머지 분야는 국무총리가 총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책임총리제’와 유사한 안이다. 안 후보가 지난 7일 ▲대통령 임명권 10분의 1 축소 ▲감사원장 국회 추천 ▲사면권 행사 국회 동의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안을 내놓은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안이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돼 집권할 경우, 민주당에 총리 추천권을 주고 대통령 고유 권한인 인사권 등 일부를 역시 민주당에 넘기면서 민주당에 사실상의 여당 역할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안 후보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무소속의 불안감을 상쇄하고 민주당과의 원활한 단일화가 가능한 시나리오로 해석된다.
안 후보 측은 대신 집권할 경우 혁신경제 등 국가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존 경제 부처 기능을 흡수하고 기초·과학 분야와 복지 분야를 총괄하는 미래기획부 신설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10일 “미래 혁신 전담 부서를 검토하는 것은 맞다”고 했지만 “책임총리제와 유사한 역할 분담이 논의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미 5월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 후보 측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안을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공동정부 구성안 제시가 문 후보의 압도적인 경선 승리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후보가 안 후보가 함께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 야권 지지자들에게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한 9월16일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권력 분점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의 권력 분점 구상은 제2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후보 측은 실제 DJP연합과 같이 담판을 통한 후보 단일화를 선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돼 집권할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민련 몫으로 배려했던 국무총리와 경제 관련 부처 장관직을 안 후보 측에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후보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혁신경제이기 때문에 안 후보 측의 양보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문화닷컴 /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