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세 후보의 대북관, 안보관 역시 비슷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정책전환을 합창한다. 對北(대북)유화책의 상징인 6·15와 10·4선언 역시 부정하지 않는다. 6·15와 10·4선언 실천을 집권의 이유로 내세운 문재인, 6·15와 10·4선언을 법제화하겠다는 안철수, 6·15와 10·4선언을 존중하겠다는 박근혜, 모두 ‘햇볕’으로 回歸(회귀)한다. 다만 이들이 말하는 ‘햇볕’은 미묘한 차이가 있고 이는 향후 5년 현저히 다른 한반도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연방제통일·국가보안법폐지 주장하는 문재인 후보>
문재인 후보는 세 후보 가운데 북한·통일·안보 관련 가장 많은 발언을 쏟아내 왔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말하는 대북지원, 남북경협을 넘어 국가보안법 폐지와 연방제 통일도 주장한다. 자유화·민주화되지 않은 북한정권과의 연방제 통일과 보안법 폐지는 곧 赤化(적화)라고 주장해 온 보수·우파 시각과는 정면에서 충돌한다.
文후보의 발언은 거침이 없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聯邦制(연방제)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통일은커녕 전쟁을 걱정해야 한다(2011년 2월12일 한국일보 인터뷰)”거나 “김대중 대통령이 꿈꾸셨던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 聯邦制(연방제) 정도는 다음 정부 때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이루겠다(2012년 8월20일 현충원 김대중 3주기 추도식)”고 다짐해왔다.
“연방제 통일”은 2000년 6·15선언 제2항에 삽입됐고, 6·15선언은 2007년 10·4선언 제1항에서 재확인됐다. 보수·우파 6·15와 10·4선언을 북한의 연방제를 받아들인 違憲的(위헌적) 私文書(사문서)라고 비판해왔다. 반면 文후보는 6·15와 10·4선언 실천의 의지를 거듭 강조해왔다. “6·15, 10·4 선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南北經濟聯合(남북경제연합)을 통해 경제 분야에서부터 통일을 향해 나아가겠다(2012년 9월16일 대선후보 수락연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논리다.
남북이 연방제 또는 연합제로 묶여 버리면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 역시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임기 첫 해에 南北頂上會談(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온 文후보는 국가보안법 폐지의 의지도 밝혀왔다. 그는 자신의 책 <운명>에서 노무현 정권 당시 보안법 폐지를 하지 못한 것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아쉬워한다. 그의 말이다.
“더 뼈아팠던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국보법 폐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결코 아니다. 우리로선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통령까지도 직접 나서서 모든 노력을 다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 직후에야 부랴부랴 구체적인 작업에 나섰다. 이후 과정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p328)”
文후보는 통합진보당 등 소위 진보·좌파 스스로 지칭한 從北세력에 대해 존재하지 않거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종북세력이 있다면 정치권에서 배제돼야 마땅하지만 마녀사냥 식으로 마구 단정해선 안 된다(2012년 6월27일 서울프레스센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종북세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있다고 해도 너무 적은 세력이어서 대한민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일 것(2012년 6월15일 여의도 기자간담회)”이라는 것이다.
文후보는 ‘안보가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 이후 비판의 화살을 북한이 아닌 정부에 돌리며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부정하고 폐기하면서 결과적으로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사태가 일어났다(2010년 12월6일 부산 국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한겨레>주최 토론회)”고 주장해왔다. 그는 2012년 10월4일에도 “이명박 정부에 의해 10·4 선언이 부정된 이후 (서해) NLL(북방한계선)에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서울 세종문회회관 10·4선언 기념식)”고 말했다.
文후보는 2012년 8월16일 인천 방문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과 이른바 “서해평화협력지대”에 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당시 합의한 내용은 이랬다. ▲ 남북공동경제자유구역·남북공동어로 협력 등 ‘서해평화지대’ 추진 ▲남북이 협력하는‘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6자회담국이 참가하는 ‘한반도 평화올림픽’ 추진 ▲6자회담 인천 개최 추진 등. 이밖에도 두 사람은 “남북이 함께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막고 어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여 서해평화 정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文후보가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공간은 서해 NLL 뿐 아니다. 그는 “DMZ를 실질적으로 비무장화하여야 한다”며 “남북군사회담을 열어서 남북 상호간에 감시초소와 중화기를 후방으로 이동하고 대인지뢰도 제거해야 한다(2012년 8월17일 여의도 캠프 기자회견)”고 밝혀왔다. 그는 제주해군기지 중단도 주장한다. “지금이라도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기지 필요성과 입지 타당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2012년 9월29일 제주도 방문 시)”는 것이다.
文후보는 최근 “서해평화협력지대”가 NLL을 무력화하는 안보 危害(위해)행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10월12일 ‘안보철학과 국방정책 구상’ 발표문에서 “NLL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을 확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만들고 NLL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성 없다는 것이 안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서해평화협력지대가 만들어지면, 북한 배와 비행기가 인천부두·인천공항 앞까지 오가게 된다. 북한의 배와 비행기는 민간과 군용의 구분이 없다. 북한은 한국이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마다 거침없이 도발할 것이다. 이 경우 수도권은 북한의 위협에 벌거벗겨진다. 한국이 북한의 인질이 되는 미래다. 10월12일 세종연구소가 서울에서 개최한 한 세미나 참석한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서해 NLL에 평화지대를 설치하는 것은 한국의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