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것은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명예훼손)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58)이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55·사법연수원 14기)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전 청장 측 변호인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전주혜)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차명계좌가 있다는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자 한다”며 "피고인 진술이 허위가 아니였음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수사를 총괄하고 지휘했던 이 전 중수부장을 불러 수사에 대해 물어보겠다"고 증인으로 신청했다.
조 전 청장 측은 이 전 중수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를 알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조 전 청장 측은 이 전 중수부장과 함께 당시 대검 자금추적담당 팀장을 지냈던 법무사 이모씨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이 전 중수부장이 이미 언론을 통해 '조 전 청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일부 수사기록이 이미 제출돼 있는 상태에서 이 전 중수부장을 불러 수사에 대해 다시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에 관련 수사 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며 "조 전 청장이 이 전 중수부장과 몇차례 통화했다는 이유로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또 다시 사회적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의 핵심은 '조 전 청장이 강연 전 어떤 내용을 듣고 어떤 사실을 판단한 것인지'이다"며 "강연 이후 이 전 중수부장과 통화한 것은 핵심적인 부분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앞서 조 전 청장은 항소심 재판에 이르러 "2010년 8월 강연 내용이 보도된 이후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 중수부 최고 책임자로부터 '이상한 돈 흐름이 발견됐었다'는 내용을 들었고, 같은해 12월 법무사 이씨로부터 구체적인 얘길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법무사 이모씨에 대해서는 법정으로 나온다면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2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날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경우 증인 채택이 취소되고 결심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 일선 기동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2009년 5월22일)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원짜리 수표가 타인으로…"라고 발언해 고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 전 청장은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구속 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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