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김명배
북한정권이 당면한 2대 현안은 남조선 적화통일과 경제위기해소이다. 전자가 주한미군철수를 전제로 하는 중장기적 사안이라면, 후자는 원조탈취를 전제로 하는 단기적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동북아에서 미,중간의 패권경쟁이 가시화되고, 중,일간의 패권경쟁이 잠재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동북아에서 중,일 간 세력균형과 현상유지를 담보하는 균형 역을, 또한 한반도가 미,중 간 패권경쟁의 완충 역을 수행하면서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경우 중국이 국정제일목표로 추진하는 경제대국화 사업이 저지됨은 물론 한국, 일본, 대만으로 핵 확산 도미노현상이 파급되고,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동시에 패권경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을 중국이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내심 상당 기간 주한미군의 존속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막상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경우 중국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남침전쟁을 수행할 경제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에 대한 적개심을 체제유지와 주민통제의 수단으로 이용해 온 유용한 통치기제가 사라지는 점에서 오히려 딜레마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세월이 흐를수록 주한미군 철수가능성이 점차 줄고 있다 할 것이다. 한편, 경제의 성장, 발전은 평화, 안정, 개방, 선린우호를 전제로 하는 데 북한당국이 폐쇄, 고립, 군사적 긴장, 인민우매화, 수령신격화 등 경제위해적 요소를 바탕으로 하는 수령독재체제에 매달리는 한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
북한정권이 오랜 기간 국제 불법행위, 군사적 긴장조성, 핵 위협 등을 통한 원조탈취로 경제위기의 일시적 해갈을 도모해 오면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s)에 빠져 국가위신이 회복불능상태로 추락했고, 경제위기 해소 수단으로서의 효용 또한 한계에 달해 있다. 이처럼 불리한 상황이 북한당국으로 하여금 2대 현안의 해결책을 대남정치공작에서 찾도록 방향전환을 모색토록 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북한당국이 대남정치공작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4.19학생운동이었다. 물론 4.19학생운동은 정치성이 배제된 순수한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었다. 4.19의거로 대통령이 물러나고 정권이 바뀌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김일성은 남한사회에 상당 수 친북세력을 확보할 수만 있으면 무력이 아니더라도 선거라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적법절차를 통해서도 한국을 공산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김일성은 4차 당 대회(61.9)에서 대남 지하당 구축에 총력을 경주하되 특히 세 가지 사안에 주력할 것을 지시했다.
첫째,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정신무장을 해소시키는 일이었다. 남한국민에 대해서는 동포애를 강조하고, 전쟁기피 웰빙추구 퇴폐적 사고방식을 부추기는 한편, 북한인민에 대해서는 적개심과 남조선 적화통일의 혁명의지를 고취하는 정치공작을 펴는 일이었다. 한 마디로 한국사회에서 ‘망국풍조’를 조성하는 공작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반독재 민주화 학생운동을 ‘주사파화’하는 정치공작이었다. 김일성은 반정부 학생운동이 장차 한국사회 정계진출의 ‘등용문’화 될 것을 내다보고 한국정계를 장악하는 수단으로서 학생운동의 주사파화에 주력할 것을 지시했다.
셋째,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좌편향 이념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장차 세대교체에 의해 이들을 한국사회 친북좌경화의 주도세력으로 육성하는 중장기 공작이었다. 1989년에 대표적 종북단체인 전교조가 출범한 이래 지난 20여 년 간 매년 수만 명 씩 좌편향 학생들을 사회에 배출하면서 한국사회의 이념구도가 ‘334 구도’ (좌3:우3:중도4)로 정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공작이었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친북좌경화를 목표로 한 3대 공작이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특히 386주사파 세력이 정치권에 대거 진출하면서 국가안보기능이 약화되고, 국민안보의식이 해이된 것이 오늘의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천안, 연평사태를 계기로 안보태세의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반영한 ‘국방개혁안’이 아직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386 주사파세력이 여전히 국회를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종북세력척결, 국가안보체제 및 국민안보의식 강화, 자유민주주의 정체성확립이야말로 국민이 새 정부에 부여한 시대적 사명이라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친북좌경정부의 출현을 도와 2대현안을 해소코자 ‘올 인’했으나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애국세력의 결집으로 실패했다. 대선에서 친북좌경정부가 출현했더라면 일찍이 유례가 없을 정도의 ‘초 극렬 한미 FTA반대 촛불시위’를 통해 미국의 국민여론을 주한미군 철수 쪽으로 내몰고, ‘초대형 대북 퍼 주기 식 지원’을 통해 북한 경제위기의 상당 부분을 떠맡게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북한당국은 2017년 대선을 마지막 기회로 알고 친북좌경정부의 출현에 체제의 운명을 걸고 매달릴 것이다. 체제붕괴를 앞둔 북한 위정자들의 ‘단말마의 발악’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 명 배 (호서대학교 초빙교수, 전 주 브라질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