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철의 장편소설
<소설 개마고원> 중에서 한반도는?
… 대학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옌칭연구소, 프랑스 파리의 기메박물관 등에서 학예사로 일하며 한국사 자료를 모았다. 박사 학위는 파리8대학에서 받았다. 논문 주제는 청일전쟁이었다. 청일전쟁은 동아시아의 새로운 역학관계를 형성한 중요한 국제전쟁이었다. …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사, 나아가 세계사를 훑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졌다.
… 임진왜란은 조선과 일본이 맞붙은 양자(兩者) 대결이라기보다 명(明), 조선, 일본 등 동양 3국이 벌인 건곤일척의 대전으로 보았다. 명나라는 이 전쟁의 후유증으로 곧 멸망했다. 1904~1905년에 벌어진 러일전쟁도 그렇다. 러시아와 일본이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차지하려 자웅을 겨룬 싸움이었는데 전쟁터는 한반도 주변의 바다였다. 1950년에 터진 6・25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상태이던 자본주의 세력과 공산권의 갈등이 한반도에서 폭발한 것으로 사실상 3차 세계대전 양상을 띠었다. 한반도가 그만큼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
“도대체 역사는 왜 공부하나요? 케케묵은 옛날 일을 알아서 뭐한다는 거죠?”
이런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이 있게 마련이다. …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크의 명저 <역사를 위한 변명>을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대답하곤 했다.
“현재를 잘 이해하려면 과거를 알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미래를 잘 예측하려면 현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지요. 역사를 공부하면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생깁니다.” (고승철, <소설 개마고원>, 나남출판, 2013. pp.13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