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좌회, 단식 10일·묵언정진 18일…“쓰러져 나가겠죠”
15일 서울 조계사 사적비 옆 수좌회 단식·묵언정진단에서 만난 수원 스님(양평 상원사 한주, 사진)은 이 같이 말했다. 수원 스님은 단식 10일째지만 눈빛에는 정진의지가 넘쳤다. 수좌회 대책위의 묵언정진은 오늘로 18일째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약속 이행을 요구하면 단식한 지 10일째다. 이날 오후 정진단을 찾았을 때는 마치 여름이 다시 찾아 온 듯 더웠다. 이틀 전 내린 비로 선선해 졌을 법 했지만 한낮 온도는 거의 30도를 육박했다. 정진 장소인 천막 내부는 더욱 더웠다. 단식을 하지 않는 대중도 지칠 대로 지칠만한 날씨였다. 수원 스님은 올해 세수 60세다. 75년 출가했으니 절집에 들어 온지 서른아홉의 해를 넘겼다. 환갑의 나이에 스님은 곡기를 끊고 정진중이다. 수좌회의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단식에 스님은 자발적으로 나섰다. “크게 힘든 것은 없습니다. 대중들과 함께 하는 것은 선방에서나 이곳이나 마찬가집니다. 여기 와서 느낀 것은 이곳 대중들이 웬만한 선방의 대중보다 화합이 잘된다는 것이에요. 놀라운 일이죠,” 수원 스님은 수척했다. 이미 10일을 넘긴 단식에 기운은 떨어졌다. 가부좌를 틀고 앉았지만 허리는 자주 굽어졌다. 눈꺼풀도 천근만근이지만, 숙여지는 허리는 바로피고 몰려드는 수마도 좇으면서 정진을 이어갔다. “처음 천막에서 정진할 때만해도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냉랭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호응이 좋아요. 80~90%의 신도들이 ‘화이팅’이라고 응원도 해줍니다. 이젠 젊은 불자들까지 정진단을 지날 때는 응원해주고, 단식하는 수좌들은 먹을 수 없지만, 다른 대중들을 위해 차를 우려다 주기도 합니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낍니다.” 수좌회가 묵언정진에 들어가고 다시 단식정진에 들어가는 동안 주변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왜 수좌회가 정치에 개입하느냐는 비판이 많은 탓이다. 하지만 수원 스님은 주변의 배타적인 시선이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 94년과 98년 종단 사태를 경험한 신도들이 다시 그런 폭력적인 상황이 올까 싶어 배타적이었지만 묵묵히 정진하는 스님들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비가 와서 불편하긴 했어요. 하지만 외호대중들의 각별한 보살핌 덕에 크게 문제없이 단식하고 있어요. 저만 힘든 것은 아니지요. 대중들 모두가 힘듭니다. 단식하는 스님대로, 묵언하는 스님대로, 외호하는 스님대로 모두 힘들죠. 하지만 애종심과 구종심은 한결 같습니다. 의지력이 다들 보통이 아닙니다.” 수원 스님은 하루 속히 선방으로 돌아갈 날만 꼽고 있다. 하지만 수좌 스님이 수행처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도반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수좌회 대책위 집행부는 매일 스님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보살피고 있지만,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혹시라도 더 큰 일이 발생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곳 대중들은 참 순수합니다. 원장 스님에게 약속을 이행해 달라는 요구 이외에는 어떤 것도 관심을 두지 않아요. 누굴 돕기 위해 단식하는 게 아니잖아요. 모두 종단을 사랑하고 구하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뜻이 같으니 대중이 화합하고 한결같이 정진하는 겁니다. 이런 대중과 같이 살아 본 건 처음이에요, 나중에 산으로 돌아가더라도 이들과 함께 수행하면서 산다면 좋겠습니다.” 수좌 스님들은 여전히 정진 중이다. 장기간의 정진에 몸은 지쳤지만, 의지는 결연하다고 했다. 도반들이 산철결제에 들어갔지만 수원 스님은 단식중이다. 사실 석곡 스님(수좌회 대책위원장)도 몸이 정상은 아니다. 종립특별선원 봉암사에서 살던 그가 서울 조계사 맨 바닥에 천막까지 치고 수좌 스님들을 이끌면서 병도 났다. 석곡 스님이 지친 수원 스님을 거들었다. “내 몸 하나야 괜찮습니다. 대중 스님들의 건강이 염려되지요. 이곳이 불교정화기념관이 있던 곳이잖아요. 그런 곳에서 정진하는 것은 큰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 종단의 안정과 불교를 바로세우는 일이어서 주변에서 뭐라 해도 누구도 흔들리지 않아요. 우리의 정진이 불교를 바로세우는 단초가 될 거라고 확신해요. 힘 빠지는 일도 있지만 의지는 그대로입니다.(석곡 스님) 석곡 스님은 “불교광장이 내일 총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자승 스님이 추천된다는 데 사실인가요”라고 물으면서 “대중들의 목소리를 어찌 이리도 외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장 스님을 만나면 꼭 물어봐 주세요. 도대체 재임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꼭 물어봐 주세요.”고 했다. 수원 스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수좌들과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지 물어봐 주세요. 그만큼 하셨으면 불교발전과 종단 안정을 위해 물러서야 하지 않나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쓰러져 나가더라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몸 바꾸는 건 어렵지 않아요. 종도들이 우리를 지지한다고 믿습니다. 이제 원장 스님이 우리들을 자유롭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수좌 스님들이 단식·묵언정진하는 천막 인근의 생명평화 1000일 정진단에 오랜만에 한 신도가 찾아와 기도하고 있었다. 생명평화 1000일 정진단과 수좌회 단식묵언정진단의 ‘정진’의 목표는 달랐을까. ‘자성과 쇄신’결사와 수좌회의 ‘약속이행 요구 정진’ 사이의 괴리는 무엇일까. 한편, 불교광장은 16일 오전 11시 전체 총회를 열어 34대 총무원장 후보자를 추대할 예정이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