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동욱과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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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총장은 취임 초기부터 그동안 여권으로부터 ‘야당 총장’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채 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가 아니라 ‘칭찬회’ 같다”고 말했고,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보좌진이 ‘파면 팔수록 미담만 나온다’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여당에서는 “총장이 우리 편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채 총장은 2009년 법무부 법무실장, 2011∼2012년 대검 차장검사를 하면서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과 친분을 쌓았다. 법무부 법무실장은 법무부 소관 정부 발의 입법안을 총괄하는 자리로 당시 채 총장은 변호사시험법 등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과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차장검사 시절에는 야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을 도맡아 처리했고, 이때부터 야당에서는 “이명박정부의 다른 검사들과 다르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채 총장이 총장이 된 이후에도 야당 의원들과 비공개로 교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채 총장이 총장 취임 이후에도 수시로 야당 의원들을 저녁에 만나 술잔을 나누면서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공직선거법 위반 기소 과정에서는 채 총장이 진보 언론을 통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반면 현 여권과는 불편한 관계가 계속돼 왔다. 이명박정부 말기에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3배수 후보에 포함된 후 박근혜정부 초기인 4월에 임명된 채 총장은 당시 박 대통령 측에서 원하지 않았던 인사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권이 점찍어 놓은 사람은 따로 있었지만 외부인사가 다수로 구성된 추천위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당시 추천위는 3배수 추천 후보를 두고 투표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뒤 추천위를 다시 열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지만 당시 각종 인사 파동 속에서 박 대통령은 결국 채 총장을 임명했다. 채 총장은 취임 2주가 지나서야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국무위원 후보자 등과 함께 임명장을 받았으며 이정현 홍보수석은 “채 총장은 이명박정부가 지명한 검찰총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출처 :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 문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