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 평양 대결 霧散 과정에서 얻어야 하는 敎訓 글 이동복 오는 26일로 예정되었던 남북한 축구의 평양 대결이 끝내 무산되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중재 요청을 받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꺼내 든 중국 샹하이(上海)라는 대안을 대한축구협회가 수용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의 일의 전개는 그리 될 수밖에 없는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 평양 개최가 어려워 진 이상 제3국 카드가 등장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남북한간의 월드컵 예선전 개최 장소 이전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태도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이상한 것은 예선 경기 개최 장소 이전에 관한 FIFA의 발표 내용이다. FIFA의 발표문은 대한축구협회가 비단 문제의 예선 경기 장소를 평양으로부터 샹하이로 이전하는 데 동의했을 뿐 아니라 이렇게 하여 문제의 예선 경기가 북한이 아닌 중국에서 개최되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에게 ‘주최국’의 자격을 부여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경기의 ‘주최국’이라는 북한의 ‘지위’는 경기가 북한 땅에서 개최되는 것이 그 전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북한이 FIFA 규정의 명문 조항을 위반함으로써 평양 개최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경기 장소가 북한으로부터 중국이라는 제3국으로 옮겨진 것이다. FIFA의 <2010년 남아프리카연방 월드컵 경기규정> 제22조는 매 예선 경기 때마다 경기장 안에는 FIFA 기와 FIFA의 페어플레이 기 및 대전국가의 국기들이 게양되어야 할 뿐 아니라 선수들이 입장할 때는 FIFA 회가(會歌)가, 선수들이 도열했을 때는 대전국가들의 국가(國歌)가 연주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 북한은 느닷없이 당초 경기장소였던 평양 모란봉 경기장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은 물론 ‘애국가’ 연주도 불허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이로써 문제의 경기의 평양 개최는 불가능해졌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당연히 동 경기의 ‘주최국’의 지위를 상실해야 할 뿐 아니라 FIFA 규정 제22조를 난폭하게 위반한 데 대하여 FIFA의 ‘징계규정’(Disciplinary Code)에 의거한 제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FIFA ‘징계규정’은 제72조에서 월드컵 경기의 ‘주최국’에게 “경기 전, 도중, 후는 물론이고 사건이 발생할 경우 기존 안전규정(FIFA 규정•당해국의 국법•국제조약 등)을 준수하고 이행할 뿐 아니라 상황이 요구하는 모든 안전 예방 조치를 강구”(b항)하고 “경기장 내부와 그 주변에서 법과 질서의 유지와 아울러 경기의 정상적 진행을 보장”(e항)할 것을 요구하고 ‘주최국’이 제72조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위를 저질렀을 때는 ‘벌금’ 부과에 추가하여 “제3의 중립적 장소에서의 경기 진행을 명령”(제25)하거나 “특정 경기장에서의 경기 진행을 ‘금지’(제26조)”하는 등의 제재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의 경우 FIFA의 발표문은 북한에 대해 일체의 제재 조치를 강구하지 아니 했을 뿐더러 엉뚱하게도 ‘제3국’인 중국에서 개최되는 경기 때 대전국의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되는 것을 마치 큰 타협의 산물이나 되는 것처럼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내용에 대한축구협회도 동의했다는 사실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무슨 연고인지 국내 언론들조차 대부분 중국 경기장에서의 문제의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가 마치 큰 전취물이나 되는 것처럼 부각시켜 보도하는 기현상이 전개되기도 했다. 이번 FIFA의 결정이 “우리측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는 대한축구협회 관련자들의 공치사(?)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FIFA의 타협안(?)은 앞으로 큰 난제를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다.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평양이 아닌 서울에서 전개될 때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난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 같은 상황이 곧 전개되게 되어 있다. 왜냐 하면 남북한 간의 남아프리카 월드컵 예선 경기 제2차전이 6월22일 서울에서 열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관한 정몽준(鄭夢準) 축협 회장의 언급이 듣는 이들의 골치를 아프게 만든다. 언론은 “비록 이번 북한 원정경기가 열리지 못하게 되었지만 6월22일로 예정된 북한의 서울 원정 때는 FIFA 원칙에 따라 ‘인공기(人共旗)’와 북한 ‘국가’를 연주하는 것이 좋겠다”는 정 회장의 발언을 인용 보도하고 있다. 아마도 정 회장은 우리가 그러한 아량을 보이면 북한은 감격하여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하리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이야 말로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데서 생기는 현상이다. 북한의 행태는 남에 올 때는 ‘인공기’를 치켜 들되 북에서는 ‘태극기’를 절대로 꺼내 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정일(金正日)의 북한이 지금도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대남적화(對南赤化)’의 미혹(迷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이다. 남쪽에서 ‘인공기’ 게양을 허용한다고 그 반대급부로 북에서도 ‘태극기’ 게양을 허용하리라고 보는 것은 헛물켜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 남쪽의 대북정책에 스며들어 있는 병집을 들어내 준다. 김정일의 북한이라는 말썽꾸러기를 잘못 다루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같은 무뢰배를 올바르게 다루는 방법은 한 가지다. 잘 하는 일에 대해서는 칭찬해 주고 보상해 주되 잘못 하는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꾸짖고 벌을 주어야 한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지도층으로 하여금 해서 안 되는 일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깨우치게 해 주어야 한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 같은 방향으로 재정비되어야 하고 축구 문제도 그 같은 틀 속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