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허재호(71)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 원’ 노역장 유치 판결과 관련해
지역법관(향판·鄕判)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과 같은 비상식적 판결의 근본적 원인이 지역법관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허 전 회장의 판결과 관련된 인물들은 대부분 향판들이다. 항소심에서 5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 노역 일당 판결을 한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은 29년간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만 법관 생활을 했다. 장 법원장은 판결 당시 광주고법 부장판사였고, 올해 2월 광주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허 전 회장의 변호인들도 모두 향판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었다. 허 전 회장의 변호를 맡은 전모 변호사와 박모 변호사는 모두 30년 가까이 광주·전남 지역에서 판사 생활을 했고 광주지법원장을 지낸 뒤 퇴임했다. 허 전 회장의 부친도 37년간 광주·전남 지역에서 판사로 근무했고, 현직 판사인 허 전 회장의 사위도 2006년 판사 생활을 시작해 줄곧 광주 지역에서 근무해 왔다. 대법원은 이번에 향판 문제가 제기되자 “지역법관제로 인해 국민 전체의 법 감정에 반하는 재판이 이뤄진다는 오해와 비판이 있다면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에도 빠른 시간 내에 향판 제도 개선안을 내놓지는 않을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조일원화 등으로 판사 임용 체계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화를 고려해 지역법관 제도 개선점도 논의한다는 뜻”이라며 “이번 사건을 지역법관 문제라고만 보기 어려우며 지역법관들의 명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이번에도 대법원의 향판제 개선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