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보면 조선시대 사화·당쟁(士禍·黨爭)을 일삼던 양반집단을 보는 것 같다. 지켜야 할 가치(價値)엔 눈을 감고, 싸워야 할 대상(對象)엔 입을 닫는다. 지겨운 당파(黨派) 싸움만 계속하며, 세월 가는 줄 모른다. 한나라당은 27일 「중국인 폭력난동」에 대해 단 한 줄의 논평(論評)이나 성명(聲明)도 내지 않았다. 중국대사관은 유학생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고 전해진다. 이 정도면 체면 문제가 아니라 주권(主權)침해다. 집권당은 중공(中共)의 공식사과는 물론 대사(大使)의 본국송환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대변인은 물론 28일 최고위원회에서도 언급이 없었다. 이날 회의엔 강재섭 대표최고위원, 안상수 원내대표, 김학원 최고위원, 정몽준 최고위원, 정형근 최고위원, 권영세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아마도 이들은 너무 바빠 국가(國家)나 국민(國民) 생각할 겨를은 없는 것 같다.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도 침묵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자유선진당은 28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중국인 시위대로부터 공격을 받았는데도 왜 정부는 한마디 말이 없느냐』며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했다. 엽기적인 것은 친북(親北)정당 민노당의 친중(親中)논평이다. 민노당은 28일 『눈살 찌푸리게 한 성화 봉송 충돌』이라는 대변인 논평에서 황당한 「양비론」을 들고 나왔다. 민노당은 『성화 봉송 행렬을 물리력으로 저지하려는 일부 탈북자단체 회원들의 행동도 문제였지만, 평화시위를 벌였던 반대 시위자들에게 돌까지 던지던 중국 유학생들의 행동 또한 비난을 면키 어렵다』며 탈북자단체와 중국인들 모두 문제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티벳문제에 대해서도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양측이 공존할 수 있는 대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인의 폭력난동, 유혈진압이라는 만행(蠻行)과 이에 대한 인권단체, 티벳인들의 저항을 동일시한 주장이다. 미국인이 그 정도 난동을 부렸으면 「전쟁을 하자」고 했을 이들이다. 그런데 중공에 대해선 『비신사적 태도』라는 비판이 전부다. 사대주의(事大主義)가 뼛속 깊이 스며든 느낌이다. 생각 없는 보수정당(保守政黨), 몰상식한 친북정당(親北政黨)만 활개 치는 한국정치는 확실히 병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