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재운(대불총 공동회장 / 동국대 명예교수. 실버타임즈 편집인)
새해가 밝았다.
세월호 참사, 통진당 해산 등 사회 정치적으로 유난히 일도 많고 말도 많았던 갑오년을 뒤로하고 서력 2015년 을미乙未년이 온 것이다.
올해 을미년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사슬에서 광복을 맞은지 70주년,
그리고 기미 3.1독립운동 95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또한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분단 7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올해는 ‘양羊’의 해이다.
乙未는 60간지의 32번째로 ‘乙’은 색으로 푸른 靑색을 나타내고
未는 12지의 羊을 상징한다.
그래서 ‘靑羊’ 곧 ‘푸른 양’의 해가 된다.
푸른 색은 진취적인 뜻이 있음으로 양치고는 매우 활달한 양의 해가 될 것 같다.
羊은 본디 성질이 온순하고 무리지어 산다.
오늘 날 양은 면양綿羊을 말하지만
20세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산양이나 염소, 특히 염소를 가리켜 양이라 많이 했다고 한다.
어쨌든 양은 온순하고 사랑스러우며 진실하고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동물로
예로부터 천신이나 조상신에 대한 산 제물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이런 것을 희생犧牲이라 하는데 양을 흔히 썻기로 여기서 ‘희생양犧牲羊’이란 용어가 유래 했던 것이다.
양의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자연과 동물들을 상형화한 한자어에서는
羊자가 들어 가는 글자는 모두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울 美미, 착할 善선, 오를 義의, 상서로울 祥상, 희생할 犧희 등이
모두 羊을 위주로 만들어진 글자들 이다.
이들 글자대로 보면 양은 아름답고, 착하며, 올곧고, 상서롭고, 희생적이다.
양이 갖는 이러한 미덕들은 바로 우리 인간 사회에서 최고로 칠 수 있는 도덕적 가치이며
또한 심미적 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양을 하찮은 동물로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12지중 이처럼 가장 아름답고 선한 해에 속하는 을미년에
우리 민족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봉변과 비극을 겪은 일이 있다.
바로 ‘을미사변’이다.
을미사변은 지금부터 120년전인 1895년(고종 32) 10월 8일 새벽
일본 미우라(三浦梧樓)공사의 밀명을 받은 왜병, 왜경, 낭인 무리들이
경복궁 옥호루(玉壺樓)를 기습하여 국모 명성황후(明成皇后, 1897년 추존)를 시해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청인공노의 참혹한 만행을 말하는 것이다.
전해인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요동반도 대만 팽호도 등을 청으로부터 차지하게 되자,
일본의 대륙진출을 꺼린 러시아가 독일 프랑스와 함께 일본에게 요동반도의 포기를 강요한다.
이를 일본이 받아들이면서 조선 정부내에서도 친로 인사들이 웨베르 러시아 공사와 비밀접촉을 가지며 ‘인아거왜(引俄拒倭, 러시아를 끌어들이고 일본을 거절함)정책’을 시도한다.
이에 일본은 궁중의 실세이자 친로親露 접근을 주도한 민황후를 제거,
조로朝露 접근을 일도양단하려는 목적으로 이같은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세계사에 유례 없는 일이다.
이제 일본은 을미사변 120주년을 당하여 늦었지만 마땅히 그 때의 잘못을 우리나라에 빌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응당 저들에게 진정어린 사죄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국토가 양단되고 민족이 갈라진지 어언 70년-.
그동안 강산이 변해도 7곱번은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두 번, 세 번이 지나게 되었다.
여기서 더 가면 한 세기. 점점 통일은 멀어 진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도 또 빈다. 통일이어 어서오라고.
그리고 우리 모두 그렇게 통일이 오도록 노력하자고-.
이런 염원 속에서 우리는 갑오 저년을 보내고,
을미 이년을 또 맞으며 새해의 소원성취를 기원 한다. (2015. 乙未 元旦. 彌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