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각종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경쟁했던
사이다. 두 사람이 국정 현안을 놓고 얼굴을 맞댄 것은 27개월 만이다.
당초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43분 동안 계속된
이날 회담의 주 의제(議題)는 경제였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의견이 일치한 것을 빼고는 딱히 합의라고 부를
만한 내용을 내놓지는 못했다. 여야 대표는 회담 후 "일부 의견 일치가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선 생각이 달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반면 문 대표는 "이 정부 경제 정책은 국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총체적인 위기"라며 박
대통령에게 공약 파기 등을 따져 물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특정 정치 현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대립하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2012년 대선 후 지난 2년여 동안 여야는 국정원 댓글 의혹을 비롯해 마치 '대선 연장전'을 치르는 듯한 대립을
거듭해 왔다. 그런 만큼 지난 대선 때 직접 경쟁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대선 후 처음 만나 이런 정치적 이슈에 집중하기보다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경제 정책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상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날 5월 초까지 여야
합의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한다. 김 대표가 회담에서 합의 준수를 강조하자, 문 대표도 "(여야) 합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 "야당도 이미 안(案)을 갖고 있으니 정부안과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지금껏
정부를 향해서만 방안을 내놓으라면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앞으로 야당이 이날 문 대표가 다짐한 정도의 적극성만 갖고 이 사안을
다뤄 나간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결코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국회에 계류된 일부 경제법안
처리, 법인세 문제 등에서 의견 차이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이 자주 만나 머리를 맞대기만 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문 대표가 이날 "앞으로는 의제를 좁혀서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기회를 갖자"고 제안했고 박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번 같은 '정책 대화'는 꼭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아니라도 다양한 수준에서 다각도로 계속돼야 한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 간의 회담은
정례화 차원을 넘어서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고 통화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더 이상 정치가 국정(國政)과 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