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31일 나란히 4·29 국회의원 재·보선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지역별로 예산을 퍼붓겠다는 식의 개발(開發)
공약 중심이고, 새정치연합은 총선 공약을 방불할 거대 약속이 많다. 불과 2~3년 전 총·대선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책임질 수 없는 복지(福祉)
공약을 남발했다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또다시 질러놓고 보자는 식이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지역 네 곳에
각각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큰 건설·토목 공약을 했다. 지하철 유치(성남 중원), 강화·영종 간 연도교 건설(인천서·강화을) 등이
대표적이다. 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구체적 내용도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또 서울 관악을을 찾아서는 이 지역 공천자 이름을 딴
'○○○특별법'을 당 차원에서 만들어 이 지역의 주거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황당한 약속까지 했다.
새정치연합은 거의
총선(總選)급 공약을 했다. 재정 투입만으로 일자리 10만개를 새로 만들고 매년 국·공립 어린이집 600개를 새로 확충하며 서민·중산층 자녀의
고교 학비도 단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끌어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 4명 뽑는 선거에 어울리는 공약인가는 둘째치고 도대체 이런 큰일들을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여야는
2년 전 대선 과정에서 5년 동안 각각 97조원과 192조원이 들어가는 허황한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가 '복지 대란(大亂)'을 불러오자 책임 전가
싸움만 벌였다. 무상 보육도, 무상 급식도 여기저기서 삐걱대며 허점이 노출돼 복지 수요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지 않은가. 전문가들은 당시 대부분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정치권만 가능하다고 우기며 선거를 치렀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감당할 수 없는 복지 공약이 결국 갈등만 키우는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랄 수 있는 상황이다.
나라 꼴을 이렇게 만들었다면 여야는
잘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대(對)국민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 그래야 한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도 여기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이 나라에 부담이 되거나 충분히 논의하지도 않은 섣부른 공약을 또 살포하며 표를 달라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잡동사니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려는 정치권 모습을 언제까지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