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찰총국이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첩보를 정보 당국이 입수해 경찰이 경호를 크게 강화했다. 고 씨는 1991년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의 참사관으로 있다 귀순했으며 그동안 언론에 자주 등장해 김정은 패밀리와 북한 정권의 내부를 신랄하게 고발했다. 국정원은 북의 김정은이 최근 대남 테러를 위한 역량 결집을 정찰총국에 지시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우리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나 원전과 공항 항만 등 국가 기간시설 등이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북의 대남 테러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는 여야 지도부에 테러방지법의 조속 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첩보 수준을 갖고 테러방지법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으로 보인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의 대남 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지뢰 도발의 배후로 대남 강경파인 김영철이 최근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으로 기용되기 전까지 맡았다. 북은 도발 원점이 노출돼 보복공격을 받을 수 있는 직접 도발 대신 테러로 우리의 허를 찌를 개연성이 농후하다.
북이 지하철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을 겨냥한 테러나 사이버테러를 감행할 경우 정부는 사후 수습을 할 수 있지,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과 권한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어 대응에 제약을 받는다. 이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고 하나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우려한 야당의 완강한 반대로 입법이 안 되고 있다. 국정원에 정보수집권을 줄 것인지, 또 테러대응센터를 국정원과 총리실 중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여야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나 테러 대응의 중추적 역할은 정보기관이 맡는다.
이러다가 김정일 전처의 조카였던 탈북자 이한영이 1997년 북이 보낸 공작원에 저격당해 숨진 것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면 야당이 책임질 것인가. 정부도 야당만 탓할 것이 아니라 테러 대비 태세를 다잡아야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정부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해 야당 의원에게 힐난을 받았다. 이 정부가 과연 주어진 여건에서라도 테러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영 미덥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