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운 박사 / 대불총 공동회장, 동국대학 석좌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어찌 보면 민본주의 정치가다.
민본(民本)이란 말은
중국 역사책 서경(書經) 하서(夏書 - 하나라 역사기록)의 “民有邦本(민유방본)”에서 유래한 것이다.
“민유방본”이란 “백성(국민)은 나라의 근본”이란 뜻이다.
오늘 날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국가권력의 주체라는 점 하나를 빼면,
그 때나 이 때나 국민이 국가의 근본임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왜 박근혜 대통령을 민본주의자라 말하는가?
박대통령의 정치신조가 “民信之”이기 때문이다.
유교 왕권정치에 있어 民은 백성(百姓)이고, 오늘 날 민주주의에서 民은 국민(國民)이다.
옛날 ‘백성’은 오늘날 ‘국민’인 것이다.
그러므로 박대통령의 “민신지”는 곧 “국민의 신뢰”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리고 신뢰는 신임이라 해도 된다. 백성의 신뢰를 뜻하는 이말 “民信之”는 공자(孔子)의 말이다.
공자는 그의 제자 자공(子貢)에게 나라 다스리는 정치의 요체를 가르쳤다.
그에 따르면 정치는 국민을 충분히 먹고 살게 하고(足食), 국
민이 안전하게 살도록 나라를 튼튼히 지키고(足兵),
국민의 신뢰를 쌓는 데(民信之) 있다.
足食 足兵 民信이 그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정치의 정도(正道)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치에서 이 세가지는 불변의 진리다.
그리고 공자는 이셋 중에서 가장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것은 “국민의 신뢰(民信之)”라 하였다.
그 이유는 ”民無信 不立(민무신 불립)“ 이기 때문이다.
”민무신이면 불립“이란 바로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말이다.
국민들이 통치자를 신뢰하지 않으면 그 정권은 설 수가 없고,
국민들이 나라를 믿지 않으면 그 나라 역시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이 공자의 지론이고,
박근혜 대통령 또한 이와 똑 같은 정치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박대통령은 정치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부터 이 ”民信“을 강조, 실천하면서 오늘에 까지 이르렀다.
그녀는 ”믿을 信자“ 하나로 국민과 소통하고 지지를 받으며
모든 선거에서 불패하는 ”승리의 여왕“으로 등극한다.
그리곤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대통령은 정치에서 약속을 생명으로 알고 의리를 하늘같이 여기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세종시 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자 정운찬 총리, 송석구 전 동국대 총장을 민관합동 공동위원장으로하여
기왕에 결정된 ‘행정도시 세종시’를 ‘과학교육도시’로 바꾸려 하였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박근혜 의원은
정부(노무현 정부)가 한 번 국민과 약속한 사안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이를 강력히 반대하였다.
그로 말미암아 이 대통령안은 결국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세종시는 원안대로 행정도시가 되었다.
행정-과학교육 중 어느 것이 옳았느냐는 후대의 평가로 판가름 나겠지만,
그때 정치인 박근혜는 ‘신의의 정치인’으로 극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 되었다.
또 이것은 그녀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모멘텀 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대표적 예는 ‘배신의 정치론’이다.
지난해 여름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정책 내지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법안이나 정책을 국회 의결로 결정지어 낸
새누리당 원내 대표 유승민 의원을 향하여 국무회의 석상에서 “배신의 정치”라 질타하고,
국민들이 이런 신의 없는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이러니칼 한것은 전자 세종시의 경우가 박대통령을 국가적 리더쉽을 가진 우먼으로 키웠다면, 후자 ‘배신의 정치론’은 박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을 크게 깍아먹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4.13, 20대 총선에서 대통령의 소속당인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거의 완패한
‘더민주’에게 제1당을 내주고 만 것은 선거일 직전까지 진행되었던
공천파동, 옥새파동, 그리고 당내 계파 싸움 때문이었다.
야당이 분열하여 각 지역에서 각자 후보를 내고 겨루는 이번 총선은 여당이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였다.
그럼에도 진것은 결국 공천 파동 때문이고,
이 공천 파동의 중심에는 유승민 의원과
그를 지원하는 김무성 대표가 있었으며,
그들을 파동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의 ‘배신론’ 이었다.
또 ‘배신론’은
새누리 당내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친박이나
공천위원들의 박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까지 불러 일으켜 계파 싸움과 파동을 더 키웠던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새누리당의 모든 사태들은 급기야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새누리’의 패배와 박 대통령 지지율의 큰 하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패배의 책임은 유승민 의원과
그의 배신의 정치를 지원한 김무성 당 대표에 못지않게,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있다 해야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民信의 리더쉽’은 이처럼 긍정과 부정, 양면의 모습을 드러 내었다.
박대통령은 열정에 찬 애국자다.
그리고 원칙주의자이다.
간디는 “원칙 없는 정치가 나라를 망친다”고 하였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원칙주의는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원칙주의가 좋다고 해서
모든 사안을 일도양단 하는 원칙만 고집하여 국가 원수가 사면초가로 적을 만든다면
이 또한 나라의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흐르는 물은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서 간다. 돌아 돌아 가도 물은 바다에 이르고 만다.
정치에도 이런 ‘중용의 덕’이 필요하다.
정치에서의 중용은 “和而不流(화이불류)”라 하겠다.
“남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되 무리에 휩쓸리지 않는 것”, 이것이 ‘화이불류’다.
국가 지도자는 국민과 “和화” 하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늘 자기 중심을 가져 흔들림 없는 리더쉽을 발휘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년이 채 못남았다.
모쪼록 ‘화이불류’하는 부드러운 리더쉽으로 국민화합을 이루고
통일과 국가발전의 기틀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