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일행이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갔다 봉변을 당했다. 안 대표 일행이 도착하자 일부 추모객이 “안철수 물러가라” “전라도나 가라 ××야” “안철수, 배신자!”라는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경호원과 일부 추모객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안 대표 일행은 노 전 대통령 사저로 긴급 대피해야 했다.
안 대표는 추도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자 했으나 구시대의 막내가 된 것 같다’고 했다”며 “이제 노 전 대통령을 새 시대의 선구자로 역사에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극찬했다. 그런데도 ‘노빠’라고 불리는 골수 친노(친노무현)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가 총선에서 친노의 표를 갉아먹은 안 대표에 대한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친노와 갈등을 빚었던 안 대표는 추도식에서 욕설과 야유를 들었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로부터 면전에서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놓고 반성도 안 했다”는 비난을 듣고 ‘노빠’의 물병 세례를 받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는 유일하게 스스로 비운의 삶을 마감했다. 그만큼 지지자들의 추모 열기가 애틋하고, 추도식에 열기가 고조되는 것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추도식이 친노의 전유물인 양 다른 정치세력을 배척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러니 친노가 자폐적이고 패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건립한 개성공단을 박근혜 정부가 폐쇄했다”며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올해 추도식에는 문재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대표와 안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 두 야당 지도부와 대선주자군은 물론 20대 총선 당선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야권 인사가 무슨 계기가 있을 때마다 국립묘지 찾듯 봉하마을을 ‘성지순례’하는 모습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는 것도 다수 국민의 눈에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추도식 때마다 ‘만장(輓章) 정치’를 요란하게 펼치는 것은 분명 고인의 뜻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