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 실세인 리수용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 목적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핵(核)·미사일 개발을 용인받으면서 국제 고립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시도다. 리수용의 방중(訪中) 당일인 지난 31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을 발사한 것은 상징적이다. 발사대에서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2270호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특히, 2일이 각국의 이행 보고서 제출 시한임을 고려하면 안보리 결의를 ‘조롱’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미 국무부는 물론 러시아 외무부도 31일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즉각 비판한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리수용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는 분명하다. 핵·경제 병진 노선은 불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것 외에는 북한 체제가 존속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이상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은 1일 조선중앙방송 보도를 통해 리수용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핵·경제 병진 노선을 설명했고, 쑹타오는 “(북한)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을 확고부동하게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유리하게 짜깁기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2013년 2월의 3차 핵 실험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당시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5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면담한 뒤, 중국의 대북 제재는 완화됐다.
중국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일본 방문과 이에 따른 대중(對中) 포위망 구축 모양새에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또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6~7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이 이런 다른 변수들 때문에 유엔 대북 제재의 뒷문을 또 열어 준다면 동북아 정세에 엄청난 불안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무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그리고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에 어떤 탈출구도 앞장서서 봉쇄해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이런 방향으로 중국과의 외교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