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사드 배치 찬성 의견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다시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대북 문제에서 중요한 중국이 반대하기 때문이란 것과 사드가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배치하려는 사드는 한·미군의 핵심 시설과 부산항 등 군사적으로 절대 필요한 주요 항구를 방어하려는 것이다. 수도권까지 방어하려면 사드를 더 배치하면 된다. 결국 국민의당은 북핵 미사일을 사드와 같은 군사 조치가 아니라 외교 협상으로 풀자는 것이다.
국가 안보는 군사력과 외교력을 함께 구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둘 중에서 어쩔 수 없이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그때는 군사력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군사 대비 없는 외교 협상은 굴복의 다른 말이다. 하지만 '군사 대비 대신 외교 협상만으로 풀자'는 견해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집권해 추진했던 것이 이른바 햇볕정책이다.
국민의당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내걸고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많은 보수층이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찍은 바탕에는 국민의당이 안보에서 균형을 잡을 것이라는 믿음이 분명히 깔렸었다. 그런데 선거 이후 국민의당은 안보 보수와 햇볕정책의 양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 안보특위를 발족시키고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은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당"이라고 했던 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선거 후에 당 지도부가 경북 성주의 주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사드 반대 정서를 부추긴 것이 진짜 모습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어느 것이 진짜 국민의당인가.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지역구 의석만 보면 호남 정당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사드 문제처럼 '안보 보수'와 햇볕정책이 충돌하면 햇볕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호남 민심 잡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국민의당이 총선 때 내세웠던 '안보 보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이렇게 속은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한때 새 정치를 내세웠던 사람들이라면 무언가 설명은 해야 한다. 이제 누가 사드를 반대하는지, 왜 하는지는 충분히 알려졌다. 국민의당이 안보에서 책임을 느낀다면 사드 논란을 일부러 더 끌고 가지는 말아야 한다. 안보에도 해롭고 국민의당에도 전혀 득 될 것이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