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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모병제’(募兵制) 주장이 또 나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1일 언론 인터뷰에서 “2025년 인구절벽으로 지금의 군대를 유지할 수 없다”며 “작지만 강한 군대, 과학적인 군대로 전환해야 한다”며 모병제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남 지사는 “대선에 출마하면 (모병제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모병제로 전환하면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모병제를 통해 군 병력을 30만 명으로 줄이고, 사병들에게 9급 공무원 초봉 수준인 월 200만원의 초임을 지급한다면 연간 3조9천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는 병력 감축에 따라 줄어드는 전력운용비 등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남 지사는 이어 “내년 대선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 차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에 관련 TF를 만들어 준비 작업을 시작하고 2022년에는 완전히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前)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남경필 지사의 ‘모병제 구상’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지 의견을 내비쳤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남 지사의 모병제의 필요성을 소개하면서 “모병제도는 21세기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안보의 질적 향상을 위해 어떻게 도움이 될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방부 당국자는 6일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모병제 도입과 관련, “현재 안보 상황과 국가 재정상태, 인력획득 가능성, 병력자원 수급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한 뒤 최근 제기된 모병제 논의에서는 “군 병력을 30만 명으로 감축하는 것이 (모병제의) 선결 조건인데, 이는 현재 군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62만 명 정도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인원을 계속 유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전투력 유지를 위해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서 2022년까지 52만2천 명으로 감축할 것을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 당국자는 “2022년 기준 52만2천 명의 병력은 그 당시 출산율과 병역자원 수급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지가 가능한 인원으로 판단한 규모”라고 덧붙였다.
그러면 정치권 주장대로 현 ‘징병제’(徵兵制)를 ‘모병제’로 전환해야 하는가? 아니다. 현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 이 문제는 주무부서인 국방부에서 오래 전부터 검토되고 있는 사안이다. 대선(대통령 선거)이 다가오면 정치권은 거의 매번 이런 주장을 제기하곤 한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사실 선거철이 되면 ‘군 복무기간 단축’, ‘모병제로 전환’을 이슈화할 경우 이를 마다할 국민이 많지 않다. 청년들이나 이들의 부모들은 대(大)찬성이다. 군대를 안가도 된다는데 누가 마다할 것인가. 과거 사례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따라 2003년에 군 복무기간을 2개월을 단축(육군 기준 26개월→ 24개월)했고, 대선이 있는 2007년에는 6개월 추가 단축조치(24개월→ 18개월)를 취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판은 아주 좋은 편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당한 후 병역자원 부족과 군 전투력 약화 방지를 이유로 2011년 2월부터 21개월(육군 기준)로 동결했다. 좋은 평판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제18대 대선(2012.12.19)때 표심을 잡기 위해 야당(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이 먼저 18개월로 단축을 공약했다. 여당(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여론의 추이에 밀려서 대선 전날 광화문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임기 내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아직까지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2년 대선 당시 복무기간 단축문제가 거론될 때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당시 성우회와 재향군인회가 단축을 반대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국방부 입장에서 대선 주자의 공약을 반대할 수가 있겠는가?
따라서 이번에 병역문제가 나왔을 때 앞으로 더 이상 선거 때마다 악용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공약을 왜 지킬 수 없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 국회는 ‘병역문제 정치 쟁점화 금지 법안’을 제정하고, 병역 자원 고갈을 고려하여 ‘여성의 군 복무’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성만 /예, 해군중장(재향군인회자문위원․안보칼럼니스트, 前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