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조(亡兆)든 대한민국’에 대한 냉철한 진단
조우석
문화평론가·KBS 이사
항구적 위기를 반복하는 한국사회를 진단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관적 전망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무턱 댄 희망적 사고나, 요행수를 기대하는 데서 오는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 텐데, 쉬쉬하지 말고 터놓고 말하자. 지금 한국사회는 ‘거의 망조(亡兆) 든
나라’다. 경제적 무기력, 이념적 혼란에 따른 기회비용, 황폐화된 집단정서, 여전한 전
체주의 북한의 핵 위협 그리고 이런 음울한 상황에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는 정치력까
지….
디스토피아의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는 음울한 지금 상황은
정확히 패망 직전의 월남을 연상시킨다.
대통령도 올해 정초 대국민담화에서 그 점을 일깨워준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라면서
“월남이 패망할 때 지식인 들은 귀를 닫고 있었고,
국민들은 현실정치에 무관심이었고,
정치인들은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작심 발언이었으나, 놀란 건 그 직후였다. 엄중한 현실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이뤄지겠거니
기대했는데, 중앙일보부터 대통령 발언에 면박을 줬다.
41년 전 정쟁을 일삼던 국회 등 정치권을 비판했던 그의 선친(先親) 박정희 대통령의 발언과 너무도 닮은꼴이라는 냉소다.(1월 15일자 중앙일보)
둘 둘 모두 독재자란 얼척 없는 비판이다.
이틈에 한겨레가 대통령 발언을 숫제 “망언”이라고 규정했다.
현사회주의 베트남정부에 대한 외교적 배려가 없는데다가,
“베트남사람들의 민족적 자부심인 민족해방투쟁을 전면 부인”했으니
대통령의 실언이 맞다는 헛소리다.(1월15일자)
우리와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나라 베트남의 이른바 민족해방투쟁을 두둔하며
우리나라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 이 나라 정신 나간 언론이 요즘 하는 짓거리인데,
더 놀란 것
호남의 한 지방지의 칼럼(새전북일보 1월18일 자 칼럼 ‘월남이 패망했다고?’)이다.
그신문은 “베트남은 패망한 것이 아니라 통일을 이루고 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발전해가
고 있는 나라”라고 쌍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이 정도면 중증의 질환인데,
중앙일보-한겨레-새전북일보 논조의 바탕에 깔린 게 우리민족끼리의 정서이자,
그걸 도그마화한 NL(민족해방)론이다.
공산화 물결쯤이야 대자유경제원 e-지식 시리즈 16-62수로울 게 없으며,
포용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괴이쩍은 논리다.
이게 어느덧 한국사회 대세다.
핵으로 무장한 주적(主敵) 북한에 대한 무장해제가 이토록 위험천만할 수없다.‘
생각의 틀 깨기’6차 토론회가
‘새는 좌우 날개로 날지만, 한 방향으로 간다’고 주제를 설정한 것도
한국의 상황이 걱정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거의 망조 든 나라’라는 진단은 그래서 나온다.
그뿐인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중도’,‘통합’, ‘협치’와 같은 어설픈 용어도 난무한다.
특히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양날개론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함께 가야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감성적 표현이다.
고약한 양날개론은‘사상의 스승’리영희가 개발한 논리로,
적지 않은 국민이암묵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이미 반공이란 용어가 사어(死語)가 됐고, 그런 말을 하면 레드 콤플렉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찍히는 게 오래 전부터의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파고 든 양날개론의 폐해를 살펴보려면, 리영희의 말년 발언을 점검하면된다.
그는 남과 북이 반반씩 합치자는 체제수렴 통일론과 함께 북핵 옹호로 치달았다.
때론 기계적 중립론으로 비약한다.
일테면 “북한과 남한이 제도건 삶의 방식이건 가치관이건 합쳐서 반반씩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의 눈에 대한민국은 타락한 체제다.
반면 북한은 “평등과 나눔 그리고 인간적 협동의 철학”을 가졌으니
그걸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헛소리다.
리영희만 얼간이인가? 우리 대부분이 리영희를 닮아 ‘이념적 백치’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 4.13총선만 해도 그렇다.
울산 지역에서 구 통진당 소속의 김종훈-윤종호 두 명이 무소속으로 각각 출마해 모두 당선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불과 1년 반 전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결단으로
통진당을 해산할 때의 국민적 합의는 어디로간 것일까?
통진당 해산 때의 여론과, 이번 총선에서 당선시켜주는 변덕과의 사이를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답이 잘 안 보인다.
통진당 해산 당시 안창호-조용호 두 재판관은 이런 명언 하나를 남겼는데 그걸 잘 음미해볼 시점이 지금이다.
“스스로를 방어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평균적인 한국인,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가슴 철렁한 경고인데, 1년 반 전에 박수를 쳤던 그 말이 지금은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의 도래를 알리는 음울한 전조(前兆)로 다가온다.
정신을 차리자.
당시 헌재는 통진당 해산 결정문에서 통진당 주도세력과 북한이 현란하게 내세우는
“가면과 참모습”사이를 분간하지 못하는
“광장의 중우(衆愚), 기회주의지식인-언론인,
사이비 진보주의자,
인기영합 정치인”들에
대한 뜨끔한 경고의 메시지도 집어넣었다.
그건 리영희 식의 양날개론에 현혹된 우리 모두에 대해 주는 조언
자유경제원 e-지식 시리즈 16-62이다.
새가 날 때 양 날개도 중요하지만 머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은 채
이 나라의 기회주의 지식인-언론인, 사이비 진보주의자, 인기영합 정치인들이 온통난리법석이다.
머리란 두 말할 것도 없이 헌법적 가치다.
구체적으로 헌법 제4조가 명문화한 “자유민주적 기본가치”다.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사회혼란과 갈등이란
이 자유민주적 기본가치를 흔들려는 세력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있기에 발생한다.
안타깝다. 통진당 해산 결정문에는 이런 또 다른 보석 같은 귀절도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구 통진당)은
‘민주주의가 망할 때까지 민주주의를 외쳐라.
공산주의자는
법률위반,
거짓말,
속임수,
사실은폐
따위를 예사로 해치우지 않으면 안된 다’고 한 레닌의 말처럼
용어혼란 전술,
속임수 전술 등을
통하여 북한식 사회주의실현을 ‘민주혁명의 과업’으로 바꾸어 말해왔다.
그들이 말하는 자주-민주-통일이라는용어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들은 ‘우익 대 좌익’의 싸움을
‘민족-민주-민중 대 반민족-반민주-반민중으로,
평화 대 전쟁,
통일 대 반통일,
화해 대 분열로 포장한다.
나아가 그들은 폭력적 방법의 사용도 불사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파괴를 기도하였다.”
1년 반 전 통진당 해산 판결 때는 리석기와 통진당의 무리가 ‘우익 대 좌익’의 싸움을
‘민족-민주-민중 대 반민족-반민주-반민중으로,
평화 대 전쟁, 통일 대 반통일, 화해 대 분열로 포장했다.
지금은 이 땅의 신문-방송과 사이비 지식인 등이 한 몸이 돼서 그 짓을 반복한다.
‘우익 대 좌익’의 싸움을
‘민족-민주-민중 대 반민족-반민주-반민중으로,
평화 대 전쟁, 통일 대 반통일, 화해 대 분열로 포장하길 즐긴다.
거듭 반복하지만, 지금의 한국사회는 ‘거의 망조(亡兆) 든 나라’가 분명하다.
그래서 고통스럽게 물어야 한다.
대체 이 미친 구조를 어떻게 혁파할 것인가?
자유기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