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몇 개월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또 하나의 역사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9일 오후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의 표결,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치·경제·사회·안보 등 모든 분야가 전혀 다른 길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를 민주주의 업그레이드 및 국가적 적폐 청산의 계기로 활용할 것인가, 당리당략과 대선 유불리에 휘둘리면서 나라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가. 정치권과 지도층, 그리고 촛불시위를 마다하지 않았던 국민의 손에 달렸다.
우선, 박 대통령부터 책임을 통감하고 마지막 애국을 생각해야 한다. 가결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숙하면서 특검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지금까지 변호인을 통해 밝힌 것처럼 억지 논리로 ‘무죄 투쟁’에 나서선 안 된다. 특검 수사에 성실히 응해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 국민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도리다. 혹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엄청난 국가적 혼란이 예상된다. 헌법상 대통령 직위를 유지하더라도 온전한 대통령으로 다시 기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 당론대로 4월 퇴진을 밝힘으로써, 정국 불확실성을 하나라도 제거하는 것이 옳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63일간의 고건 총리 대행체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소극적 권한 대행’에 그쳤다. 임기 초반인데다, 탄핵소추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반대다. 시기상으로도 안보·경제 등 총체적 위기 국면이다. 황 총리는 ‘적극적 대행’의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새누리당은 이제부터 육참골단(肉斬骨斷) 각오로,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책임 있는 보수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더 이상 웰빙당, 청와대 2중대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한다. 친박은 정치 전면에서 완전히 후퇴해야 한다. 국민은 차분하게 헌법 절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박근혜’는 직무가 정지되는 만큼 이제 무엇을 위한 촛불인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