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탄핵심판은 형사재판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인용되든 아니든,
특히 인용되는 경우에
당사자에게 가해지는 불이익,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몰고 오는 국정 공백 등
국가의 명운을 가름하는 대내외적 타격과 손실들을 감안하면 형벌을 능가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중대한 범죄에 대한 형사재판 못지 않게 공정하게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게 돼 있다.
첫째로, 탄핵범죄(직무집행상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배)를 구성한다고 주장(소추)된 요건 사실들,
곧 박근혜 대통령에 의한 제3자 뇌물수수죄나 직권남용죄 등의 구성요건 충족 여부,
특히 고의(故意)가 과연 있었느냐 하는 점들은 엄밀하게 검증돼야 한다.
다만, 현재까지 나타난 것으로 그 검증이 합리적인 의심을 잠재우기에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둘째로,
증거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라도 그것이 탄핵범죄가 되느냐 하는
법리 문제야말로 엄격하게 다뤄야 탄핵심판이 정당화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민사사건인 세월호 사건에 관련된 선박회사 관계자 등
수많은 민간업자와 한국선급 및 직접적·구체적인 인허가권·지휘감독권·구조의무 등을 지닌 공무원들
(해양수산부 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상하 계선상의 해경 등)을 뛰어넘어
대통령의 탄핵범죄가 되는지 법리적으로 규명돼야 한다.
우선, 민간인에 의한 불법행위에 대해 고의나 과실이 있는 민간인의 책임을 뛰어넘어 대통령에게도 귀책시킬 수 있는 어떤 법리가 있는지, 공법상 항만청이나 해경 등 일선 공무원의 책임이 어떻게, 어떠한 때 대통령의 책임으로 변환될 수 있는지,
말단 공직자의 법 위반 행위는
모두 대통령의 탄핵 사유인 (헌)법위반 행위가 되는 것인지 법리적으로 규명돼야 한다.
또, 탄핵소추안에서 거론된 헌법 조항들은 사실관계에 곧바로 시행될 수 있는(self-executing) 조항들이 아니고, 구체화 입법 등을 통해 비로소 적용되는 추상적·개방적인 원리·원칙 조항들이다.
국민주권 조항은,
이와 대척 관계에 있는 국민주권 또는 군주주권을 실현시키려는 행위나 주장이 아닌 한,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정된 선거법, 정당법, 국적법, 국가보안법, 집시법 등의
제정법률 조항들을 통해 비로소 구체적 사실에 적용된다.
또, 형법이나 규제 입법에서도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이
추상적 헌법 조항을 직접 적용할 때에는 왜 요구되지 않는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법 단계상 헌법 조항들은 하위 법 규범에 대한 위헌심사의 기준이 될 수 있을 뿐이다(헌법 제37조 2항).
법치주의는 국회의 입법권력에 대한 사법 통제를 그 중심에 두고 있다.
셋째로,
탄핵 결정은 당리당략이 지배하는 정치기관인 국회의 소추에 근거해서,
역시 정치기관인 상원이 아니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배에 대해
임명직 법관으로 구성된 사법부 헌법재판소가 행하기 때문에
이를 특히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사안이 중대한지의 판단에 따라 해야 한다.
탄핵 결정은 단순한 삼권분립상의 견제와 균형의 장치에 그치는 게 아니다.
국회는 탄핵 외에도 입법권, 예산권, 국정감사권,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동의권·승인권 등 견제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다양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즉,
굳이 국가와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탄핵에만 의존해야 할 이유는 없다.
탄핵 결정은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신중·공정하게 법적 지혜와 균형 감각을 발휘해서 행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