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대선 패배 110일 만인 27일 새 대표로 ‘다시’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 것은 국민의당을 넘어 정치지형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안 대표가 정치적으로는 선명한 대안 야당, 이념적으로는 중도 개혁 정당을 분명히 표방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사실상 야당의 견제가 무력(無力)하다시피 해 여권이 독주해 왔지만, 이제는 ‘1여3야’ 구도가 제대로 작동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내부 투쟁을 계속했고, 제3야당인 바른정당도 한국당과 쇠락한 보수 주도권 다툼에 주력했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40석 의석으로 실질적 캐스팅 보트를 가졌지만, 정체성이 불분명했다. 여권의 ‘코드 인사’와 선심성 복지 정책, 탈(脫)원전 등 ‘덜컥수’ 정책들을 견제하기보다 지지 기반인 호남표를 의식해 협조하는 입장을 취했다. ‘여당 2중대’로까지 불렸고, 당 지지율은 5%까지 떨어져 지난해 총선(26.7%), 지난 5월 대선(21.4%)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등판한 안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문 정부의 독선·오만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코드 인사, 안보 무능, 선심 정책 등의 구체적 사례들까지 제시했다. 정기국회 및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친여(親與) 협력이 아닌 중도·보수 성향을 추구하면서 정치적·정책적으로 한국당·바른정당과의 협력을 선택할 것이다.
문 정부의 최근 행태를 보면 안 대표의 이런 방향 설정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안 대표의 정치력과 정체성에 대해선 아직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의문을 불식시킬 마지막 기회다. 당장 사드 배치 등 주요 정책에 대해 선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제 등에서 ‘좌편향 사법부’ 우려에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느냐가 1차 관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