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종학까지 임명 강행, 이젠 미안해하지도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거부에도 불구하고 홍종학 중소벤처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홍 장관은 임명장을 받자마자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홍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유독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을 비판했던 대표적 친문(親文) 정치인이다. 격세(隔世) 상속과 증여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맹비난했다. 그 경우 세금을 크게 올리자는 법안까지 제출했다. 그런데 장관 후보로 청문회에 선 그가 바로 그런 행위를 해 온 사람으로 드러났다. 10대 딸에게 격세 증여를 받도록 하고 증여세를 부모가 빌려주는 것으로 처리했다. 특목고를 비판하고서 제 딸은 특목중에 보냈다. 과거 저서에서 중소기업인들의 학력을 비하하는 듯한 말도 했다. '내로남불 종합세트'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국회가 이런 사람에 대해 장관 적격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법적 요식절차를 갖춘 뒤 그대로 임명했다. 아무리 국회가 반대해도 임명만 하면 그만인 현행 법체계에서 불법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홍 장관을 포함해 5명이나 이렇게 국회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했다. 존재가 희미한 외교장관과 진중한 무게감을 주지 못하는 국방장관, "재벌 혼내줬다"고 말한 공정거래위원장, 방송장악 전면에 선 방송통신위원장이 포함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5대 비리 고위공직 배제' 원칙을 먼저 제시했다가 인사 난맥을 자초했다. 그 과정에서 장관후보 2명이 청문회에 가보지도 못했고 1명은 청문회 후 여론이 더 악화되면서 그만뒀다. 문 대통령은 통합과 탕평 인사를 한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오로지 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등 이른바 '캠코더' 출신만을 고집하는 정반대 인사로 일관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가 이미 한 사람 낙마한 상황에서 또 한 명이 물러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이해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홍 장관의 경우엔 도가 넘었다. 또 하나는 이렇게 무리한 일을 밀어붙여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고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만 해도 인사 문제가 일어나면 미안해했으나 이제는 그것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 각종 연출로 대중의 인기를 유지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잠시 성공할 수는 있어도 끝까지 갈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반대가 많았던 장관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는 가설이, 가설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주기를"이라고 했다. 아무리 농담 삼아 한 얘기라고 해도 홍 후보자의 내로남불에 혀를 차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1/20171121033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