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國賓)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참석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이 중국 공안(公安·경찰) 지휘를 받는 보안업체 요원들로부터 집단 폭행 당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어제 일어났다. 10여명의 경호원이 기자를 에워싸고 얼굴에 발길질을 하는 등 잔인한 폭행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폭행을 당한 기자들은 피투성이가 됐으며 그중 1명은 눈자위 골절과 안구(眼球) 출혈에 어지럼 증세를 보여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 측은 피해자 동의를 얻어 중국 정부에 수사 의뢰를 요청키로 했다 한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폭행은 베이징 시내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장에서 문 대통령을 따라 이동하던 기자들을 중국 경호원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취재원의 말을 들어야 하는 기자와 경호원 사이의 실랑이는 가끔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집단 폭행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폭행당한 기자들이 취재기자임을 증명하는 비표(秘標)를 패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때리고 발길질을 했다. 청와대 직원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말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다.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성명에서 "대한민국이 폭행당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몇 시간이 지난 뒤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측이 주최한 행사지만 중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큰 관심을 표명한다"고 했다. 이 행사를 한국 코트라가 주최했다고 해도 국가 정상 방문의 경우 모든 경호의 최종 책임은 해당 국가가 진다. 이번 행사 경호도 실질적으로 주관하고 지휘한 곳이 중국 측이었다. 그런데도 '사과'가 아니라 '관심'이라 한다. 미국이나 일본 정상이 방문한 행사장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테지만 일어났다고 해도 이렇게 오만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 측은 문 대통령 방문 전 집요하게 '사드 3불(不)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 중국 공산당 선전기관이 문 대통령과의 TV 인터뷰에서 "3불 이행 약속과 후속 조치를 설명해달라"고 수차례 질문을 바꿔가며 요구하는 무례를 서슴지 않았다. 한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한국 정부 책임도 크다. 방중(訪中)에 목을 매고 우리 국가 주권까지 훼손한 3불이란 중국 미끼를 덜컥 물었다. 그 이후 집요하게 3불 확인을 요구하는 중국과 주권 훼손에 대한 비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외교 참사가 없다.
문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박대와 기자 집단 폭행은 우연이나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중국이라는 국가 의 오만하고 폭력적인 본성과 한국 정부의 굴욕적 태도, 무리한 정상회담 추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일이다. 시진핑 주석은 두 달 전 공산당 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열면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시대를 열겠다며 그것을 '중국몽(夢)'이라 했다. 지금 중국이 한국 대통령 일행을 불러놓고 벌이고 있는 이 무도한 행태가 바로 '중국의 꿈'의 본질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14/20171214030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