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을 미리 예단해 일방적 조사 발표로 스스로 객관성 잃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둘러싼 한국경찰의 대응에 대해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는 지난 18일 “한국 경찰이 평화적으로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두 달여 서울 도심을 마비시켰던 시위대는 평화적이었고 경찰은 폭력적이었다고 규정한 셈이다. 과연 그런가. 국제앰네스티의 발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반영하고 있는가. 만약 국제앰네스티의 발표가 자신들의 단체 목적에 강박당해 상황을 예단함으로써 현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담보하지 못했다면 그간 국제앰네스티가 국제사회에서 쌓아온 명성과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보기 드문 경제적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평가받고 있다. 민주주의 기본인 집회와 시위, 표현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러한 자유를 단지 여론이 아닌, 법의 테두리 내에서 행사한다는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적 합의로 작동한다. 따라서 촛불시위에 ‘평화적’이란 수식어를 붙이려면 넓게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마련된 헌법 정신에 합당해야 하고, 좁게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공공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국민이 정부에 위임한 공권력의 사용은 시위의 합법성에 상응하게 마련이다. 주지하다시피 문화제 형태의 촛불집회가 변질돼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로 전개된 것은 시위대가 반복적으로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청와대 진출을 시도한 탓이 크다. 촛불 시위대는 자신들 주장의 정당성만 앞세워 도로를 점거하고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감내하기 힘든 교통불편을 되풀이해 야기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하려는 경찰의 공권력을 무시했다. 경찰이 전경버스로 차벽을 치거나 컨테이너로 벽을 만들고, 시위대의 과도한 접근을 막기 위해 물대포를 발사한 것은 시위대와의 충돌과 불법시위를 예방하려 한 것이지, ‘평화적’인 시위를 진압하려 한 것이 아니다. 또한 시위대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쇠파이프 등 흉기를 사용해 경찰 장비를 파손하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시위대의 부상 못지않게 경찰도 총 464명이 부상했다. 중상자만 해도 95명이다. 파손되거나 시위대에 빼앗긴 장비는 경찰버스 170대를 포함해 2,161점이나 된다. 그러나 이번 국제앰네스티의 발표는 시위대의 일방적 주장과 시위과정에서 연행된 사람들의 수만 나열했지 실제 거리에서 벌어진 시위의 행태와 불법성은 도외시 하였다. 국제앰네스티 발표의 객관성에 대한 의문은 국제앰네스티 조사관 스스로 밝혔듯이 한쪽의 주장을 주로 참고한데서 비롯된다. 국제앰네스티는 집회 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법집행을 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을 조사의 목적으로 삼았다. 시위대의 불법성은 아예 목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양쪽의 이야기를 듣고 전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공정한 태도를 견지하지 못했다. 예정된 결론을 가지고 조사에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사례는 온 통 경찰의 시위대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만 나열하고 시위대의 시위목적과 불법 파괴활동, 그리고 경찰에 대한 폭력활동은 조사는커녕 발표문 어디에도 없다. 이러고도 국제단체로서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인지 의심스럽다. 6월 29일 하루만 해도 경찰관 164명이 부상당했고 경찰버스 50대가 파손 당할 정도로 시위가 격렬한 날이었다. 시위대 3000여명은 경찰 30여명을 둘러싸고 전체를 밧줄로 묶어 집중 구타하고 있었고, 전경부대는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시위대를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일부 대원이 여성시위대를 운동화발로 밟고 경찰봉으로 구타한 것이다. 앰네스티의 불공정한 모습은 영문판 보도자료 오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국제앰네스티 영문보도자료를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진압경찰이 밀려드는 시위군중을 통제하려 하는 과정에서 일부 폭력사태가 있었다’는 내용을 ‘진압경찰이 군중을 향해 진격하거나’로 번역해 경찰이 폭력사태를 가져온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국제앰네스티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인간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실제로 많은 성과를 이뤄낸 국제인권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촛불시위와 관련해 한국의 경찰청이 국제앰네스티가 합당한 정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그 동안 국제앰네스티의 활동에 대한 명성과 권위에 대한 신뢰의 표시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는 공정성을 결여한 이번 국제앰네스티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받을 불필요한 오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무이코" 조사관이 21일 “국제앰네스티는 정부의 이러한 반응과 의견을 참고할 것이며 최종보고서의 작성과정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법무부와 경찰측의 의견에 대해선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평가한다. 국제앰네스티가 촛불시위와 한국 정부의 공권력 사용에 대해 보다 공정하고 냉철한 평가를 내려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konas) kona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