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나눠가진 세금… 전문가들 "견제할 장치 시급" ● "정권 실세 쌈짓돈" 특별교부금 내역 들여다보니 정세균·김원기·이상득 지역구 상위권 재임중 행자부장관 연고지역도 혜택 野중진·행자위원 지역 "비교적 많은편" 홍영림 기자 ylho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정부는 그동안 특별교부금을 어디에 얼마나 줬는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역대 야당들이 끈질기게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어도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2일 이런 특별교부금 배정 내역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7년 내역이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정부가 지금까지 왜 그토록 이 자료를 꼭꼭 숨기려 했는지 이해가 된다. "특별교부금은 대통령, 정부·여당 실세들의 쌈짓돈"이라는 추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권 실세들에 집중 3년 동안 가장 많은 특별교부금을 챙긴 지역은 강원 평창·영월·정선군이었다. 이곳은 노무현 정권의 핵심 실세로 평가 받았던 이광재 의원 지역구다. 평창군은 2006년 297억원 등 3년 동안 387억원의 특별교부금을 받아 전국 234개 시·군·구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영월군도 3년 동안 144억원을 챙겨 8위를 기록했고, 정선군은 3년 동안 123억원을 받았다. 구 열린우리당에서 당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민주당 정세균 대표 지역구들도 특별교부금을 듬뿍 받았다. 2005년 장수군은 73억8000만원을 가져가 전국 1위였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역구를 갖고 있었던 전주도 3년 동안 182억원을 가져가 전체 5위를 기록했다. 2005년 김원기 당시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전북 정읍도 48억여원을 배정 받아 그 해 전체 11위였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세균·이광재 의원 지역구가 재해를 당하기는 했지만 다른 재해 지역들은 이들의 지역구만큼 특별교부금을 받지는 못했던 만큼 두 사람이 "혜택"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고향 봉하마을이 속해 있는 경남 김해의 경우 2006년에 101억원을 지원 받아 전체 시·군·구 중에서 3위, 2007년에는 103억3000만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행정자치부 업무보고에서 "특별교부금을 폐지해 일반 교부금에 흡수하는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었다. ◆야권 중진·행자위원들도 수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경북 포항의 경우 3년 전체로 볼 때 전국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진 2007년에는 73억5000만원을 지원 받아 전국 5위였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였던 경남 남해와 하동도 많이 받은 편에 속했다. 남해는 2005년 58억6000만원을 받았고, 2007년에는 하동이 64억여원을 지원 받아 10위 안에 들었다. 한나라당 김기춘(경남 거제)·이재창(경기 파주) 의원 등 국회 행자위원 지역구들도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다수가 1년에 30억원 이상을 받아갔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과, 강재섭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대구 서구 등은 도시 지역이어서인지 시·군·구별 1년 평균 액수 25억원에도 휠씬 못 미치는 교부금을 받았다. 역대 행자부장관들의 재임 기간 그들의 연고 지역 특별교부금이 늘어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2005년의 경우 당시 오영교 행자부장관의 고향인 충남 보령이 38억여원을 받아 상위권에 올랐고, 2006년에는 당시 이용섭 장관 연고지(광주 광산, 현재 이 의원 지역구)가 35억여원을 받았다. 2007년 당시 박명재 행자부장관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포항은 그 해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교부금을 받았다. ◆규모 줄이거나 정보 공개해야 전문가들은 "특별교부금을 대폭 줄이거나 굳이 필요하다면 용도를 공개하고 국회 등의 검증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희준 청주대 교수는 "2005년 법 개정으로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정치적으로 나눠주는 돈, 실력 있는 정치인들이 지역구에서 선심성 사업들을 하기 위해 활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 이 대통령 당선 유력해진 2007년 포항에도 73억 ▼ 특별교부금은 "정권실세(實勢) 쌈짓돈" 2006년 이광재 지역구 평창에만 296억 지난 2년 "노무현 고향" 김해에 집중지원 첫 공개… 작년 與野 대선후보 연고지엔 73억씩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지방교부세법상 "특별한 재정 수요가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에 주도록 돼 있는 특별교부금을 여권 실세나 행정자치부 담당 국회 상임위인 행정자치위 위원 등의 지역구에 편중 지원한 것으로 2일 밝혀졌다.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 김희철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2005~2007 특별교부금 사업별 배정내역"에 따르면 행자부는 2005년 7115억원, 2006년 7434억원, 2007년 8528억여 원 등을 지급하는 등 매년 평균 7692억원을 교부했다. 행자부가 집행한 특별교부금 내용 전체를 정부가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교부금은 원래 재해 복구 등을 위해 중앙 정부가 자치단체에 지원하는 돈이지만 역대 정권에서 관행적으로 대통령과 행자부장관, 여권 실세 등이 선심 쓰듯 집행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실제로 2005~2007년 특별교부금 집행 내용을 보면, 2006년에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 실세로 평가받았던 이광재 의원 지역구 강원 평창이 296억8000만원을 지원받아 가장 많았다. 2005년에는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현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전북 장수에 가장 많은 73억8000만원이 지원됐다. 2007년에는 노 전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그의 고향인 경남 김해가 103억3000만원을 지원받아 1위였다. 또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이용희 국회 행자위원장 지역구인 충북 영동이 51억7000만원을 받아 8위에 올랐고, 권오을(경북 안동·34억원)·김기춘(경남 거제·31억3000만원) 의원 등 당시 야당 행자위원들 지역도 전국 시·군·구 지원액 평균인 25억원보다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진 2007년 들어서는 이 대통령의 고향이자 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경북 포항에 73억5000만원이 배정되고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지역구였던 전주에도 73억원이 지원됐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는 "어느 정권에서든 특별교부금은 정부 주머닛돈처럼 쓰이고 특정 지역에 편중 지원한다는 말들이 많았다"며 "특별교부금 지급 내용의 타당성과 투명성을 명확히 검증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별교부금 지방교부세법에 의거,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재해 대책이나 도로·건물 신축 용도 등으로 특별히 주는 보조금이다. 국회는 총액만 정해주고 구체적인 집행은 행정안전부장관이 감시나 통제 없이 임의로 하기 때문에 "정권의 쌈짓돈"이라 불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