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槿惠 의원이 5일 예상했던 대로 국회 폭력 점거 사태에 대하여 한나라당과 민노당-민주당을 다 같이 비판하는 兩非論을 폈다. 발언 내용을 읽어보면 설렁한 느낌이 든다.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국민통합을 위해 다수당인 우리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가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해결책일 순 없다. 朴 의원의 발언에선 法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민노당과 민주당이 폭력으로 국회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犯法 행위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 법을 어기는 것은 가중처벌감이다. 무슨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朴 의원은 이에 대한 분노가 없다. 분노는 正義感의 한 표현이다. 한국 의회사상 최악의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兩非論은 犯法집단보다 피해자인 한나라당에 더 불리한 결과를 빚는다. 국민들은 朴 의원이 촛불난동 사태 때에도 不法폭력 시위대보다는 李明博 정부의 이른바 졸속 협상을 더 비판했을 뿐 아니라 친북좌익세력이 주동한 촛불난동을 이념적으로 보면 안 된다는 말을 한 것을 잘 기억한다. 그의 팬 클럽인 박사모는 한때 촛불시위에 가담하였다. 이런 朴 의원이 兩非論 이상의 발언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였는데, 그대로이다. 善惡구분과 不法性이 확실한 상황에 대한 兩非論은 결과적으로 惡과 不法을 편드는 것이 된다. 북한정권과 대한민국 사이에서 兩非論을 펴면 결과적으로 북한정권 편을 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컨대 북한의 핵개발도 나쁘지만 對北제재도 나쁘다고 兩非論을 펴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하여 제재를 하지 말라는 말이 된다. 兩非論을 펴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어느 쪽으로부터도 욕을 먹지 않으려는 경우이든지, 양쪽을 다 비난함으로써 자신은 양쪽보다도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임을 과시하고 싶은 허영의 유혹에 빠진 경우이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과 소련을 다 같이 비난하는 兩非論에 대하여 이렇게 경고한 바 있다. <(미국과 소련에 대하여) 兩非論을 펴면서 惡의 제국이 만든 역사적 사실과 공격적인 충동성을 무시하고, 군비경쟁을 단순히 거대한 착각이라고 나무라고, 그리하여 여러분들로 하여금 옳은 것과 잘못 된 것, 善과 惡을 놓고 싸우지 못하도록 하려는 自慢(자만)의 유혹에 대하여 주의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兩非論의 한 특징은 도덕적 의무감이나 正義感을 박탈한다는 점이다. 朴 의원이 오늘 "이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라고 한 말이 그런 경우이다. 쟁점 법안의 옳고 그름이 상황을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이를 따지지 말자는 朴 의원의 말은 민주당과 민노당의 억지를 덮어주자는 뜻으로 흐른다. 한나라당의 법안이 그른 것이라면 민주당과 민노당의 폭력은 정당화되지는 못하나 정상이 참작된다. 법안이 옳은 것이라면 민주당과 민노당의 폭력행사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정치인은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행동할 수 없다. 朴 의원의 오늘 발언엔 法감정과 정의감이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정치 지도자가 할 말이 아니었고 본인에게도 得이 되지 않을 것이다. 朴 의원은 논평가가 아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이다. 지금 時局은, 兩非論은 논설위원들에게 맡겨놓고 지도자의 용기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 *조선닷컴 기사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5일 ‘오랜 침묵’을 깼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회의에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해 7월30일 첫 회의 참석 후 6개월만이다. 박 전 대표는 “요즘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제가 느낀 바를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박 전 대표는 일단 “지금 야당이 그 동안 한나라당의 협상제의라든가 이런 것을 거부하고 대화도 계속 거부해 가면서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잘못하고 있는 일”이라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사태를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파행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야당으로부터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장을 표명하라”는 압박을 받아온 박 전 대표는 지난 2일 대구 방문에서 “끝까지 대화로 타결 되면 정말 좋겠다”고 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