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미 외무장관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그 어느 주제보다 북한문제에 대해 한마음"이라며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해서는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북핵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핵시설 불능화를 이루는 것이고 (우리 목표는)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은 탄도 미사일을 비롯한 모든 관련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도발적이고 도움이 안 되는 언행을 멈추라"고 했다. 북한은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이후 남북대화는 막고 미국만 상대하는 낡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수법을 들고 나왔다. 대남(對南) 비방을 퍼붓고 군사 위협까지 들먹이면서 미국에는 "대화하자"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클린턴 장관의 대답이 "한·미는 북한문제에서 한마음"이라는 말이다. 통미봉남 술책에 단호하게 쐐기를 박은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이라는 파트너를 어떻게 하면 다시 (6자회담 등) 토의에 동참시킬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불렀다. 북한 앞에 놓인 대화와 도발이라는 두 가지 길 가운데 대화로 가면 미·북 관계 정상화까지 이어질 수 있고 도발을 택하면 더 큰 고립과 제재를 부를 것임을 명확하게 했다. 클린턴 장관은 방한 직전 "북한이 조만간 후계문제를 둘러싼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고 이날 회견에선 "우리가 비상계획을 세울 때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김정일 이후"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각각 움직일 것이 아니라 공동의 전략과 대응이 필요하다. 클린턴 장관은 방한 중 오바마 정부가 내건 "스마트파워" 외교의 모습도 보여줬다.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설득하고 마음을 얻는 소프트파워를 결합한 외교다. 클린턴 장관은 "김수환 추기경은 한국민과 전 세계의 정신적 지주였다"고 했고,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하고 한국 여성 지도자들과도 만났다. 미국이 "강압적인 나라"가 아님을 보여주려는 이런 노력은 일회성 이벤트에 끝나지 않고 폭넓게 계속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