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이후 남북 관계가 일대 전환의 모멘텀을 맞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경제·교육·재정·인프라·생활 향상의 대북 5대 개발프로젝트를 포함해 ‘한반도 새 평화구상’을 제시한 바로 그 이튿날인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앞서 10일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면담했다. 17일에는 현 회장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공동보도문 5개항에 합의했다. 우리는 5대 교류사업이 지난해 7·11 관광객 저격 살해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 지난해 12월1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차단·제한해온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원상 회복, 개성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이산가족의 추석 상봉 등이라는 내역과 함께 15일을 획으로 남북 관계가 그 전·후(前後)를 달리하는 시의를 두루 주목한다. 이 정부 들어 모처럼 다시 열린 이들 모멘텀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3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첫째, 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일관성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현 회장 방북이 처음부터 이 정부의 대북 시그널이었지만 5개항 교류사업 합의는 기본적으로 ‘남북 민간 차원’ 의제일 수는 없다. 이 정부가 추인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실질화할 것이며, 우리는 그 과정에서 대북 원칙 자체를 타협해선 안된다고 믿는다. 제1항 ‘중단된 금강산 관광의 이른 시일 내 재개’도 그렇다. 이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살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남북 공동 진상조사, 재발방지책, 확고한 신변보장 등이 관광재개 조건임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관광사업을 재개하고 또 제일봉 비로봉 관광을 새로이 시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시해온 이들 조건의 충족이 전제돼야 한다. 둘째, 합의의 규범화가 절실하다. 제2, 3, 4항에서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원상회복과 개성관광 재개, 백두산 관광 시작을 명시했지만 북한이 또 일방적·자의적으로 합의를 저버릴 수 있는 현 상황 조건을 유지한 채로는 그 진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셋째, 북한은 제5항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으로 인도주의 협력에 호응했듯이, 핵 포기를 전제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와 의지를 선행시켜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재래식 무기·병력 감축 또한 제안하면서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 간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그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정책과 조율되지 않으면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