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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을 보면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을 보면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을 보면서


 


 


韓 昇 助 (前 고려대 명예교수)


 


 






2007년 1월6일 토요일 밤 시간에 우연히 TV를 틀다가 피겨스케이팅을 하고 있는 김연아를 보았다. 김연아! 어쩌면 저렇게도 부드럽고 유연하며 예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인가? 우아하게 미끄러져 가다가 높이 뛰어서 여러 번 회전하다가 착지하여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미끌어져 가다가 또 다음 동작으로 이동하는 모습. 너무나 멋지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세계피겨스케이트 선수권대회에서 1등인 그랑프리상을 받다니! 한국에서 이런 소녀가 태어나다니, 너 한국인 소녀 맞는가?


이 나라는 요즘 운수대통이라 하늘이 점지해준 행운인가? 최근에 세계 피겨스케이트 대회에서 다른 나라 여자선수들을 누르고 우승을 해온 일본소녀들, 김연아는 그들을 훨씬 능가한 것이다. 그 무대에서는 보여준 실기경연에서도 일본의 우승후보자들은 두 번이나 빙판에 나뒹굴었으니 김연아 보다는 분명 한 두수 아래로 보였다. 


그 일본소녀들도 그만하면 잘못한 것이 아니나 그네들이 사람의 딸들이라면 연아는 하늘나라의 선녀 같았다. 그 날의 몸 컨디션과 운수관계로 실력발휘가 잘 안되었는지 몰라도 하늘의 소녀다운 끼를 보이는 연아와 경쟁하기는 버거웠을 것 같다.


나는 여기서 세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는 김연아의 겸손함과 담담한 태도였다. 그 대회의 그랑프리를 안은 김연아에게 기자들이 물었다. 일등 대상을 받은 감상을 말해보라? 대답을 않고 가만히 있다가 한 소리, 아무 생각도 안나요. 일등 상을 받은 소감? 딴 애들이 실수를 해서 내가 이겼을 뿐이예요. 자신이 우승한 것이 자신의 뛰어난 실력 때문이 아니라 우연이며 요행일 뿐이라는 말투가 나를 감동시켰다. 이 아이는 진짜 보통이 아니구나! 대상을 받고도 저렇게 무심하고 담담하니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


둘째는 연아의 무한한 노력정진의 정신자세였다. 그 아이의 피나는 노력과 끝없는 노력정진의 태도. 불교의 금강경에서는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이 없어야 보살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 연아에게는 어떤 상들도 없어 보였다. 그 애는 점프 회전을 연습하다가 수 없이 넘어져서 엉덩방아를 찌거나 나자빠져야 했고 넘어질 때마다 얼마나 아팠겠는가? 또 얼마나 창피하며 속상했을까? 아파서 울고 속상해서 울고 그래도 잠깐 눈물을 보이고는 다시 연습에 들어가는 모습! 그렇게 자신의 신체를 무한 볶으며 학대하면서도 그만 둘 생각을 하지 않는 정신자세가 놀랍기만 했다.


기자가 또 묻는다. 우승도 했으니 이제는 좀 쉬고 놀아야 하겠지?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은 없어? 아뇨. 나는 더 연습해야 해요. 연아는 매일 넘어지고 다치고 하여 자신의 몸에 성한 데가 없을 만큼 부상투성인데도 개의치 않으며 연습을 그만 할 생각은 들지 않는 모양이다. 보통 소녀들이라면 놀지도 쉬지도 못하면서 넘어질 때마다 다치거나 아픈 꼴을 당하는 자신이 얼마나 불쌍한지, 그런데도 회의도 불만도 없는 모양이다. 이런 태도를 바보스럽다고 하는가 아니면 보살에 가까운 경지라고 하나?


이렇게 되면 연아의 마음가짐이나 소견은 보통 사람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김연아의 우승은 장기화(long run)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며. 명실공히 세계의 一人者(일인자) 자리에 머물 수도 있을 것 같다. 불교적 입장에서 보면 그 아이는 이미 연습삼매의 경지에 와 있는 것이니 초인적인 연기가 나올 수밖에.


물론 연아의 생각이나 정신자세가 항상 이런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이 성주괴멸(成住壞滅)의 과정을 겪는다고 하니 김연아라고 해서 예외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오늘까지의 마음자세를 보아서는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이 든든하다.


불교에서는 성문 연각 아라한 보살이나 보일 수가 있는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의 단계에 올라와 있다고 보아진다. 그 뜻은 가는 곳마다 능동적인 주인노릇을 하며 하는 일마다 모두가 진실되다는 뜻. 주인노릇을 한다는 것은 주변 상황이나 여건에 영향 받음 없이 본인의 의지를 관철시킨다는 뜻인데 연아가 해온 것이 바로 이것이며 그 노력이 진실된 것이었기에 그랑프리의 영광을 안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짜 불교의 참모습인데 김연아가 그런 교리를 알고 했을 리가 없다.


셋째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연아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어린이들 성공의 반 이상은 그 부모의 몫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서 잘 날 수가 없는 존재이다. 누군가가 잘 날 수 있도록 떠받쳐주고 받들어 모시는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 연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아이에게는 언제나 24시간 호흡을 같이 하며 붙어다니며 떠받쳐주는 어머니가 있었다. 연아의 열의와 집념은 그 어머니로부터 전수된 것이었다.


그런 어머니 뒤에는 또 연아의 아버지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루 24시간 그리고 모든 몸과 마음 돈을 연아에게 쏟아붓는 어머니를 크게 지지하며 결정적으로 방해하지 않았던(아니면 못했던)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그녀의 어머니도 그렇게 전력투구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연아의 어머니는 그 용모나 옷차림도 한국의 보통 어머니보다도 더 나을 것이 없이 수수했다. 그러나 연아를 띠라 다니며 돌보아 주는 그 어머니는 코치 못지 않은 코치이며, 또 스케이트화의 최고 전문가였다. 그 엄마는 연아가 잘 못할 때마다 마음을 조리며 그 원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연구 또 연구 끝에 그 원인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물론 코치와 의논도 하며 그런 문제를 보다 낫게 연구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가나 기술자들을 수소문하여 국내외로 찾아 나선다.


한국에서 어떻게 저런 소녀가 태어났던가? 이것은 연아 소녀 혼자 잘나서 얻은 성과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한국인들의 조상 그리고 그 부모와 일가 친척뿐만 아니라 연아의 연습동료들이나 경쟁해 오던 동료 및 라이벌들 그리고 빙상협회 선후배 임원들 그리고 그들을 도왔던 대한체육회 및 세금을 낸 한국국민들의 보이거나 또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작용하여 얻어낸 성과이다. 한마디로 이것은 한반도가 시운(時運)의 한 가운데로 들어서 있음을 말해 준다.


한민족의 딸이 백인소녀들이 독점해 왔던 스포츠로 경쟁하는 가운데 세계 최고의 영예를 걸머지는데 소요 되었던 자금지원도 국가의 지원이나 빙상협회의 지원금이 없었던들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다만 그 이상의 소요자금은 평소에 넉넉하지 못했던 연아의 집안 가계지출에서 쥐어 짜낸 돈이었음을 의심할 수가 없다. 국가지원이나 빙상협회의 지원은 연아만이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도 배분되었을 것이며 그 이상의 부담은 연아 부모의 출혈희생으로 이루어졌을 것 같다.


어찌 되었던 김연아의 세계피겨스케이트 대회우승은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오늘의 한국에는 기분 좋은 일 보다도 그렇지 못한 면이 더 두드러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美)와 추(醜), 길(吉)과 흉(兇)의 너무나 극단적인 대조가 우리의 마음과 감정을 흐트려 놓는다. 남북한의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가끔 흉물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우리들 국민의 마음과 신경을 계속 긁어 대어 왔으나 그런 가운데 이런 쾌거가 있었으니 더욱 감격스럽다.


문화 예술의 분야에서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백건우, 바이올리스트 정경화와 장연주 외 다수 또 첼리스트 장한나 외에 세계의 무대를 주름잡는 한국의 남녀 성악가들 그리고 무용가 강수지 등등은 김연아와 함께 한민족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여주는 주역들로 부상해 있는 것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한국은 현재 많은 분야에서 세계 정상 자리를 바라보면서 경쟁하고 있는 젊은이들로 인하여 빛이 나며 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는 것도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해준다. 이런 일에나 기대해 볼까? ◇





참고자료



혁신학교? 혁신은 개뿔! 애들 학력만 퇴행중! 교무실 커피자판기, 교사 항공권 구입에 물 쓰듯...특혜 불구 학력은 뒷걸음 일반학교에 비해 연간 1억4,000~1억5,000만원을 특별히 지원받는 서울형 혁신학교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특별예산(학교운영비)으로 교사실의 각종 책장이나 가구를 구입했고, 수백만원을 들여 학습자료 저장용 USB와 외장하드를 사서 나눠 갖은 사실도 밝혀졌다. 교무실 커피자판기를 구입하는데 특별예산을 쓴 혁신학교도 있었다. 이밖에도 여직원 휴게실 가스보일러 교체, 부장교사 워크숍 항공권 구입, 교직원 전체 체육복 구입 등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곳에 특별예산을 물 쓰듯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에 대한 선심성 예산 집행 정황도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학생 티셔츠 구입, 진공청소기 구입 등에 특별예산을 수백만원씩 사용했다. 학생들의 생일축하용 떡케익 구입비용으로 매달 70~90만원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 반면 서울형 혁신학교의 학력은 일반학교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내용은 서울시교육청이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에게 제출한 2012년 혁신학교 정산서 통합지출부를 통해 밝혀졌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곽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