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력”이라고 할 때 무엇을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일까? 아마도 국가 간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일 께다. 그게 아니라면 뭣 하러 힘을 비교하겠는가. 그런데, 엊그제 ‘국군의 날’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 중에 “강군(强軍)은 좋은 무기보다 정신력”을 언급하였기에 한마디 하고자 한다. 대량살상무기를 동원하는 화생방전이 아닌 이상, 인류멸망을 다루는 전면핵전쟁이 아닌 이상 국가의 운명을 건 전쟁수행능력은 곧 진정한 국력이며, 이는 정신력보다는 동원력으로 평가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국력은 추상적인 화폐평가에 따른 구매력이 아니라, 구체적인 물적생산에 따른 동원력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정신력’은 주관적이고 ‘불확정적인 요소’임에 반하여, ‘동원력’은 보다 객관적이고 ‘확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굳이 이러한 논거의 예를 들자면, 2차 대전 그것도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미국에 패배한 원인도 알고 보면 그들의 정신력 부족이 아니라 동원력 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원력을 무시한 채 정신력만 강조한 탓이라고 본다. 또한 우리가 북한을 무서워하는 주된 요인도 정신력 측면도 있긴 하나 바로 그들의 동원력 때문이다. 화폐가치로 평가된 부의 축적이 아닌 실질적 측면에서 물량적 동원력 말이다. GNP 등 화폐가치로 표현한 수치가 아무리 높아도, 고등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력을 아무리 많이 가졌더라도 그러한 것들은 “평시경제력”을 의미할 뿐, “전시동원력”에서 밀리면 이는 국력이 강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즉, 평상시에는 화폐적 평가기준으로 가늠해도 되지만, 실제 진정한 국력은 동원력인 것이다. 경제력은 동원력과 비례하긴 하나 일치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국군의 날 대통령의 연설은 어딘가 상당히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동원력을 물적부문과 인적부문으로 대별해본다면, 평시에 전시를 대비한 물적동원력을 확보하는 길은 국방예산의 확보이며, 인적동원력을 확보하는 길은 병역(兵役)자원의 확보로 볼 수 있다. 대통령ㆍ국무총리ㆍ국정원장이 나란히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2010년도 국방예산 증액분의 감소로 잔뜩 위축된 군을 앞에 두고, 군의 정신력을 강조한다는 게 어색해도 너무나 어색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자기 돈을 빌려주긴 고사하고 자신은 전혀 투자조차 하지 않은 주식종목을 남에게 추천하여 투자하라는 소리와 같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이 이긴 이유 중에 하나가, 일본의 전투기는 속도를 높이기 위하여 장갑이 얇은데 비하여, 미국의 전투기는 속도가 떨어지더라도 장갑을 두껍게 두르고 연료탱크를 고무튜브로 하여 연료사용분 만큼 쪼그라들어 유증기(油蒸氣)에 발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등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였기에 미군 조종사들이 안전을 신뢰한데서 더욱 대담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볼 때, 동원력이 충실해야 정신력이 우러나고, 정신력은 동원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이러함에도 “강한 군대는 좋은 무기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강고한 정신력과 군인정신에서 완성된다”며 ‘국방개혁’을 강조하는 병역미필자 집단의 실용정신(?)이 참으로 대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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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신력을 강조한다면, 우리의 후방에서 군의 정신전력을 와해시키는 전교조와 국가운영 부문에서 체제를 위협하는 전공노 문제에 대하여는 왜 그리도 너그러운지 모르겠다. 더구나, 전교조와 전공노를 혁파하는 데는 무기구입 예산이 들지 않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이번 국방예산 증액분 삭감과 정신력 강화 발언은 수위에게 손전등을 사주지 않고는 어두운데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면 된다며 근무기강을 단도리 하는 관리자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볼 일이다. 안 그래도 군 가산점도 없어져 전역후 별 보장도 없는 세월 썩히는 병역의무에다, 장기복무제대자들의 취업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자긍심을 가질 끈덕지를 만들어주기라도 하는지 모르지만, 병역미필자로 이루어진 통치집단의 배려를 바라는 것이 과욕처럼 자꾸 헤아려져 더 이상 언급을 자제하면서. <끝> |